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관련 증권사 현장 조사에서 가장 신경써 챙겨간 자료는 인터넷메신저 대화방 채팅 기록이다. CD를 포함한 대부분 채권 거래가 ‘야후’와 ‘사이보스’ 등 사설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18일 “공정위가 전날 현장 조사를 통해 채권중개영업 담당자 PC 자료와 메신저 대화방 채팅 기록을 내려받아 갔다”고 말했다.

사설 메신저는 익명으로 다양한 아이디를 손쉽게 만들 수 있어 금융회사들이 매매 포지션을 감추거나 사적인 대화를 원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덕분에 한 달 500조원(전체 채권 거래의 80%)에 이르는 장외채권 거래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금융시장 정보 교류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시세조작과 같은 각종 불공정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은 늘 논란거리였다. 감사원이 작년 5월에 제기한 ‘국민주택채권 매수금리 담합 의혹’에서도 메신저를 이용한 호가 교환을 ‘담합’으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한 곳에서 메신저로 ‘얼마(예컨대 연 4.50%)’라는 금리를 먼저 제시하면 모두가 같은 금리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금리를 담합해 왔다. 증권사들은 메신저를 통한 호가정보 교류가 오랜 관행인 만큼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메신저가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고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모든 대화내용 등을 회사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작년 4월부터 금융회사 이메일과 메신저 사용기록을 3년 이상 보관하도록 하는 ‘전산장비 이용 관련 내부통제 모범 규준’을 시행하는 등 관련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 증권업협회(NASD) 역시 2003년부터 회원사들에 메신저 정보교류 내용을 3년간 보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