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선 요즘 같은 증시를 ‘3무(無) 장세’라고 부른다. 눈에 띄는 주도주도 없고, 매수 주체도 보이지 않고, 증시 상승을 이끌 모멘텀도 없어서다.

투자자들에겐 이런 장세처럼 재미없는 때도 없다. ‘저평가된 종목이 널려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는 부담스럽다. 2분기에 놀라운 실적을 보여준 삼성전자마저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 악재 여파로 5월 이후 주가가 20% 이상 빠졌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해외 변수가 시장을 뒤흔드는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해외 이슈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중소형 정보기술(IT)주에 주목

삼성 우리금융투자 등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들은 하반기를 빛낼 유망 중소형주로 IT 관련주를 가장 많이 꼽았다. 코나아이하이비젼시스템은 여러 증권사들이 복수 추천한 기대주다.

코나아이는 독자 개발한 스마트 카드의 핵심 기술인 COS(칩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마트 카드를 생산하는 업체다. 은행 신용카드, 휴대폰의 범용 가입자 인증모듈(USIM)칩, 하이패스 카드 등에 이 회사가 만든 스마트 카드가 장착된다. 국내 금융카드 시장의 70% 이상(IC칩 카드 기준)을 장악한 데다 해외 매출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코나아이는 전 세계 70개국에 둔 300여개 은행 고객을 통해 전체 매출의 47.2%를 올리고 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을 만들 때 필요한 ‘렌즈 포커싱’ 등 검사 공정을 자동화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의 사양이 고급화되면서 하이비젼시스템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에선 내다보고 있다. 800만화소가 넘는 카메라 모듈 자동화 검사장비 시장에선 하이비젼 외에 별다른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꼽은 IT 부품·소재 종목 중에는 삼성전자 관련 업체가 많았다. 에스에프에이는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삼성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확대 수혜주다. 테라세미콘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OLED 관련주로 분류된다. 인터플렉스 태양기전 등은 갤럭시S3가 잘 팔릴수록 이익이 커지는 업체들이다.

○이런 업종에도 ‘숨은 진주’가

주요 증권사들이 추천한 유망 중소형주 중에는 ‘숨은 진주’들도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업군에 속하지만 해당 분야에선 경쟁력을 인정받은 업체들이다.

씨유메디칼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심장충격기(AED) 생산업체인 씨유메디칼은 국내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강자다. 다음달부터 심폐 소생용 응급장비인 AED 구비 장소가 확대되는 만큼 매출이 상당 부분 늘어날 전망이다. KG이니시스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온라인쇼핑몰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운전자금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사업구조가 안정적이란 것도 강점이다.

주류업계의 ‘다크호스’인 무학도 하반기 유망주 가운데 하나다. 정체에 빠진 다른 주류업체와 달리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무학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2007년 7.7%에서 지난해 12.9%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57억원과 551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2.8%와 35.7%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 등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매출(2183억원)과 영업이익(577억원)은 작년보다 각각 11.5%와 4.7% 늘어날 전망이다.

이 밖에 안과용 진단기기 등을 만드는 휴비츠와 폭발 방지 부탄가스로 주목받고 있는 대륙제관, 제습기 시장의 강자 위닉스 등도 중소형 기대주로 선정됐다.


○와우넷 전문가가 뽑은 ‘알짜주’

삼성전자 등 탄탄한 거래처를 둔 중소형 IT주의 성장성은 와우넷 전문가들의 눈에도 들었다. 정윤모 대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디스플레이 장비를 납품하는 AP시스템을 하반기 유망주로 꼽았다. 정 대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3분기부터 물량을 본격적으로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P시스템의 수주량이 50%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완필 대표는 갤럭시S 시리즈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파트론을 유망주로 꼽았다.

여름철 전력 부족 우려에 따른 수혜주도 추천됐다. 이강해 소장이 뽑은 서울반도체비츠로셀이 대표적인 예다. LED 제조업체인 서울반도체는 기존 LED보다 광효율이 5배 높은 신제품을 내놓았다. 비츠로셀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종목이다. 안정모 대표가 추천한 빛샘전자도 LED 응용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강준혁 대표는 바이오 인식 솔루션 개발업체인 슈프리마가 세계 최대 보안시장인 미국에 진출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추천주 리스트에 올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