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2분기 어닝시즌(기업 실적발표 기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번지면서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 실적 추정치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인 상장기업 112개 중 77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기대치가 낮아진 만큼 2분기보다는 3분기 이후 회복 가능성이 높은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電·車 실적 행진 언제까지

기업 실적이 악화되는 추세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전·차(전자·자동차) 업종은 실적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 6조7000억원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자 시장 기대치에도 부합하는 실적이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는 6조66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IT 부품업체도 지난해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기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보다 52.3% 증가한 1326억원이다. 중소형 IT 부품주 중에서는 네패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1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네패스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후공정 물량을 70% 이상 수주하는 업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조4457억원과 1조2791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 동기보다 현대차는 15.0%, 기아차는 24.0% 증가한 것으로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는 3분기에도 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이 입증된 것도 전·차 대표주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경TV 와우넷 전문가인 권정호 대표도 “전·차가 하반기 주도주로 복귀할 가능성에 대비해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강 화학, 바닥 지났나

철강 화학 등 소재 업종은 2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가 관심사다. 이들 업종의 2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증시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2분기보다는 3분기 이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철강 화학업종 주가가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지만 추세적 상승보다는 단기 반등에 무게를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업종의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는 개선될 전망이지만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악화되거나 소폭 개선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2902억원으로 2분기 및 전년 동기보다 0.2% 늘어난 수준에 그친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6179억원)는 4950억원으로 추정되는 2분기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3분기 7243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박완필 대표는 “화학 철강업종은 실적 개선 추세가 보다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제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이라며 “조정 시 매수했다가 반등 국면에서 팔면 단기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 종목은

전반적인 실적 악화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는 종목은 있기 마련이다.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는 동시에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만하다.

한국타이어 KCC 오리온 삼성물산 현대위아 등이 이런 종목에 해당한다. 한국타이어는 2분기 영업이익이 2597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6% 증가와 동시에 추정치가 한 달 전보다 1.8% 상향 조정됐다. KCC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0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9% 높아졌다. 전년 동기 실적보다는 14.6%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전년 동기보다 이익이 줄어드는 동시에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종목은 ‘어닝 쇼크’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LG디스플레이 호남석유 금호석유 SK하이닉스 한화케미칼 등이다. 다만 이 중에서도 3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은 2분기 실망감보다는 3분기 기대감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상승세는 2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3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식 대표는 “2분기에 좋았던 종목보다는 3분기에 좋아질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LG디스플레이, 메디포스트 등을 유망주로 꼽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