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인수 후 통합·관리(PMI)’를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는 많다.

한국석유공사는 2010년 적대적 M&A를 통해 영국 석유탐사기업 다나 페트롤리엄 지분 75%를 인수했다. 석유공사는 인수 후 핵심인력들이 빠져나가자 이들에게 회사의 중장기 계획을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와 다나가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할지를 자세히 설명해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긴자스테파니 등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서 실사단계에서부터 나중에 인수팀으로 들어갈 인력들을 배치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그래야 인수할 기업의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고, 관련 직원들도 책임을 갖고 인수 후 통합과정을 주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만 5개의 브랜드를 인수한 이랜드도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방식을 택했다. 다른 동종 업체들이 대부분 밀라노에 법인을 세우고 인수 브랜드를 관리하는 데 비해 이랜드는 가장 많은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고도 밀라노에 사무소조차 내지 않았다. 대신 5개의 브랜드 본사에 각각 직원을 파견해 피인수 기업을 관리했다. 현장에 가까이 있어야만 PMI가 쉽다는 원칙에서다.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는 2010년 6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이동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를 인수했지만 별다른 전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5월 파산신청을 해야 했다.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한 삼성과 LG도 해외기업 인수 후 오히려 손실을 감내해야 했던 적이 있다. PMI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일회계법인 조사에 따르면 M&A 발표 후 1년 내 가치 창출에 실패한 사례는 66%에 달한다. 이 실패 사례 중 20%는 전략상의 실패, 16%는 높은 인수가격, 불리한 인수조건 등 거래상의 실패이며 나머지 64%는 PMI의 실패다.

삼일회계법인은 PMI 관련 예상 이슈로 △두 기업 간 조직 문화 통합 △피인수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종업원 불안감 해소 및 핵심인력 유지 대책 마련 △두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차이점 인식 및 통합방안 마련 △핵심고객 이탈 방지 등을 꼽았다.

고경봉/박동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