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풍수] 태백'산맥'은 틀렸다
요즘도 여러 매스컴에 “북쪽에는 차령산맥이 자리하고…”라는 표현에서 보듯, 한반도의 지형을 이룬 큰 산줄기의 이름에 ‘태백산맥’, ‘노령산맥’과 같은 엉터리 지명이 등장한다. 산이 높으면 물도 깊고, 산이 가면 물도 따라 흐르는데, 어떤 경우든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 그래서 산은 물을 좌우로 양분하는 분수령이고, 물은 지맥을 양쪽으로 갈라놓는 분지령(分地嶺)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 땅의 지표면을 이룬 산들과 그들이 서로 이어진 형세, 그리고 물줄기를 살펴 대동여지도와 같은 고지도를 남겼다. 그런데 고지도 어디에도 ‘산맥’이란 글자는 없으니, 오늘날 한국적 지리인식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실감한다.

예를 들어 다음의 상반된 주장을 들어보자. “북한산과 관악산은 한강을 마주보고 있지만 근본 뿌리는 전혀 다른 산이다.”, “무슨 소리야. 두 산 모두 광주산맥에 속한 산으로 금강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북한강을 건너 북한산에 이르고, 다시 남쪽으로 뻗어 한강을 건너 관악산과 광교산으로 이어졌어.”

싸우지 말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북한산과 관악산은 가까이 마주보고 있지만, 뿌리는 몇 천리나 떨어져 있는, 즉 촌수가 매우 먼 산이다. 산과 산으로 이어진 산맥은 강이나 내를 만나면 무조건 멈춘다. 그러므로 강을 사이에 두고 지척에 있는 산일지라도 근원만은 서로 다른 것이 자연의 이치다.

우리가 배운 태백, 차령, 노령, 광주산맥 등과 같은 산맥들은 강을 만나도 멈추지 않은 채 제멋대로 강을 통과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엉터리 산맥 개념이 남아 있을까?

오늘날 사용되는 산맥은 일본인 ‘고토분지로(小藤文次郞)’에 의해 명명되었다. 그는 1903년 ‘조선의 산악록’이란 논문을 발표했는데, 조선을 합방한 후 금을 비롯한 지하자원을 수탈하고자 하는 일제의 가공할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지표면에 드러난 산들이 이어진 형세가 아닌 땅속의 광맥선을 산맥의 이름으로 붙인 것이다.

우리의 옛 지도는 ‘산줄기 지도’라 할 만큼 산들이 어디에서 와, 어디로 연결되는지를 명쾌하게 일러주는데, 신경준(申景濬)은 ‘산경표(山經表)’에서 전국의 산맥을 하나의 대간(大幹), 하나의 정간(正幹), 그리고 13개의 정맥(正脈)으로 규정했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어 내린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중심 뼈대를 이루며 모든 물줄기를 동서로 양분한다. 서울의 강북은 한북정맥, 강남은 한남정맥에 속한 땅으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는 있지만 뿌리만큼은 촌수가 매우 먼 땅이다.

일제의 진정한 극복은 우리의 지명을 우리가 제대로 부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