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재정지출 계획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가깝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2009년(28조4000억원)을 제외하곤 2000년 이후 집행된 어느 추경예산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8조5000억원이면 올 경제성장률에 0.25%포인트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 “3% 성장도 어렵다”

[하반기 경제정책] 국회 동의 필요없는 자금 총동원 '내수 활성화'
정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자금을 쏟아붓기로 한 것은 남유럽의 재정·금융위기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3%로 낮췄지만 이마저 달성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이날 비상대책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3.3%는 정부가 발표한 추가적인 정책수단이 순조롭게 집행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효과를 포함한 전망치”라고 말했다.

정부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은행 등 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3.5% 이하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마찬가지다.

노무라는 최저치인 2.7%를 제시했다. 권영선 노무라 전무는 “지금은 3% 성장도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회 동의 필요 없는 자금 총동원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복지재원 지출 확대와 국가채무 증가 등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쓰기 어렵다.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장 재정에 부담을 주는 추경 대신 기금 계획 변경 등의 방식을 택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장관은 그러나 “법인세율 인상이나 재벌세 신설 등의 방법으로 기업부담을 늘리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번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범위 내에서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총 21개 기금의 지출 규모를 2조3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 중 일반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 범위 내에서 국회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다. 또 혁신도시 추진, 댐 건설 등 SOC 사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를 1조1000억원 확대하고 60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 조기 집행을 유도해 총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재정투자 집행률을 높여 4조5000억원 규모의 재원도 확보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들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가 채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홍춘욱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정도 규모로 경기 하강 압력에 맞서기는 힘들 것”이라며 “내수 침체와 유럽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것을 고려하면 추경을 편성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임원기/서정환/박신영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