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30대 그룹 긴급설문…대기업 긴축경영 '급선회'
국내 간판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올 하반기 경영 환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못지않게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긴축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곳도 80%를 넘었다.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대기업도 상당수였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33곳의 전략과 기획담당 임원 37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하반기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주요 기업의 83.9%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은 아니지만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양대 위기에 버금간다는 응답은 13.4%였다. 주기적으로 닥치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경영 전략은 긴축 쪽에 방점을 찍었다. 하반기에 ‘긴축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답이 64.9%로 가장 많았다. ‘생존 차원의 비상경영 체제 가동’과 ‘긴축 또는 비용절감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한다’는 답변도 각각 10.8%였다.

구조조정을 생각하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32.4%나 나왔다. ‘지금은 아니지만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답변은 16.2%였다. 하반기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지면 인력 감축에 나서는 기업들이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16.2%에 그쳤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절반 이상이 하반기 해외 투자 사업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해외 투자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대답은 40.5%,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곳도 10.8%였다.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대답은 13.5%였다. 하반기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원인으로는 ‘유럽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당초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가 절감과 수익성 향상 외에도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9.7로 지난 2월 이후 최저치였다고 발표했다.

김대훈/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