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스페인·伊 등 위기국 감소율 커

유럽의 재정위기로 미국 호텔에서 유럽 손님이 감소했다.

호텔 예약 처리 업체인 페가수스 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유럽 여행객이 예약한 미국 호텔의 객실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1년 초반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2011년 초반 유럽 여행객의 미국 호텔 예약은 전년보다 13.7%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재정 위기를 겪는 국가의 예약 건수 감소세가 두드러진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가 안정된 국가는 증가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재정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신청한 그리스와 스페인 여행객의 예약 건수는 각각 41.3%와 15.5% 줄었고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이탈리아는 3.6%의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영국 여행객의 미국 호텔 예약 건수는 2.6% 늘어났고 프랑스는 8.1%, 벨기에는 13.1%의 증가세를 각각 나타냈다.

예외적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 유럽 위기 해결의 열쇠는 쥐고 있는 독일 여행객의 미국 호텔 예약 건수는 8.9% 줄었다.

또 경기 회복세의 약화와 유럽의 재정 위기 악화 등으로 미국 호텔의 객실 판매비율 증가세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 시장 조사기관인 스미스 트래블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미국 호텔의 객실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2.8% 포인트보다 늘어났다.

WSJ는 미국 호텔업계가 침체에서 꾸준하게 회복하고 있지만 경기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럽 등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호텔에 투숙하는 외국 여행객 중 유럽인의 비중은 5∼10% 정도에 불과해 유럽 투숙객의 감소가 호텔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간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멕시코, 유럽에 고급 호텔 17개를 가진 스트래티직 호텔 앤 리조트(Strategic Hotels & Resorts)의 로렌스 겔러 최고경영자는 유럽 투숙객의 감소가 미칠 영향에 대해 "무시할 수 없다"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져 달러화와 같아지면 올랜도와 플로리다를 찾는 유럽 관광객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