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스페인 위기가 심화하자 적잖은 사람들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주식을 갖고 있으면 얼른 팔고 폭락한 뒤 살 것을 추천했습니다. 지난주 제가 만난 한 금융회사 고위 임원은 코스피지수가 1000선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그때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사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도 시장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포심을 느낄 때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폭락하며 버핏 자신은 그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버핏 말처럼 한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가능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주가 수준에 대해 진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져야 폭락한 것이고 앞으로 더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더 이상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을 때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행에 가서 빌린다고요? 외환 위기, 신용카드 사태,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에 따른 폭락장이 왔지만, 저는 주위에서 대출받아 투자해 성공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경우가 없지야 않겠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됐을 때 은행으로 달려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보통 투자자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 자신이 돈을 갖고 있어야 폭락장에서 투자가 가능합니다. 위기이자 기회일 때 쓸 수 있는 돈은 예금 적금 채권 주가지수연동예금(ELD) 주가연계증권(ELS) 등 이른바 안전자산입니다. 바로 현금으로 바꾸거나 담보대출 등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평소 꾸준히 안전자산을 키워 놔야 큰 기회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큰 기회를 못 얻는다 하더라도 손실도 보지 않으니 자산관리의 출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Better Life’는 안전자산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예·적금 외 국공채와 골드뱅킹, ELD와 ELS, 저축성보험 등에 평소 관심이 많지 않았던 독자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준동 금융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