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연구원(IPS)이 ‘글로벌 이노베이션·R&D 포럼 2012’ 개막에 맞춰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아시아·중동 신흥국들의 위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 국가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하락하거나 정체를 보인 반면 홍콩과 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약진했다.

○한·중·일 3국 중 한국만 순위 상승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 가운데서는 한국만 유일하게 경쟁력 순위가 올랐다.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지난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였던 중국은 순위 변동 없이 대만에 뒤처졌다. 일본(23위)도 UAE(22위)에 추월당하며 힘없이 밀리고 있다.

한국은 200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20위권에 올라선 뒤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순위 상승 요인으로 국제경쟁력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한 점을 꼽았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작다는 약점을 글로벌 경쟁력과 첨단산업 육성으로 극복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로자와 정치가·행정관료 부문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근로자 항목의 세부평가 기준 중 노동시장 개방도는 47위로, 중국(30위)에 못 미쳤다. 국회 활동과 정치시스템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정치가·행정관료 부문은 32위로 이집트(30위)와 폴란드(31위)에도 못 미쳤다.

○정체 늪에 빠진 일본

중국은 2001년 45위에서 2009년 17위로 20위권에 진입한 뒤 2010년 이후 3년 연속 15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이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세계 최대 수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 간 합동 및 시너지를 나타내는 관련산업과 경영여건의 경쟁력도 지난해보다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 23위를 기록했던 관련산업의 경쟁력은 34위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의 정체는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3위로 전년보다 한 단계 떨어진 일본은 올해 순위가 변하지 않았다.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수출 부문이 모두 최하위 수준인 60위권에 머무는 등 수요조건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기업가의 의사결정력과 전문가 집단의 창의성을 평가하는 기업가, 전문가 항목에서 각각 42, 46위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비해 위기를 미리 포착하고 신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기업가들의 의사결정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유럽 지고 아시아·중동 뜨고

올해 조사에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의 경쟁력이 일제히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는 경영여건(43위→54위) 경쟁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난해보다 3단계 떨어진 48위를 기록했다. 다만 독일은 전년 13위에서 12위로 한단계 뛰어올랐다.

반면 대만(17위→13위) 호주(8위→7위) UAE(24위→22위) 사우디아라비아(35위→28위) 등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와 중동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좋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재정지출의 4분의 1을 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62개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큰 상승폭(7계단)을 보였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불황에도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