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올해도 1번 타자입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얼굴)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5일부터 중장기 전략 수립을 놓고 머리를 맞댄다. 매년 6월, 한 달간 열리는 ‘LG중장기 전략보고회’에서다.

23년째 변함없이 유지돼온 LG만의 전통인 이 행사에서는 수시로 변하는 게 있다. 첫 테이프를 누가 끊느냐이다.

하루에 한 계열사씩 구 회장과 전략을 토론하는데 1번 타자로 나서는 회사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2010년까지는 LG상사가 중책을 맡다 작년 6월부터 LG생활건강이 총대를 메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아 작년 11월에 열린 ‘하반기 업적보고회’에 이어 올해 6월 행사의 톱 타자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으로 낙점됐다. LG상사는 작년부터 2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LG 관계자는 “1~2년마다 계열사 CEO 일정과 실적, 사업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보고회 순서를 정한다”며 “올해도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 처음 보고하는 회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6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주가도 20배 가까이 올라 LG 계열사 중 가장 높은 50만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LG는 1989년부터 매년 6월과 11월 구 회장이 주재하는 전략회의인 ‘컨센서스 미팅(CM)’을 열어왔다. 2009년부터 상반기엔 전략보고회, 하반기엔 업적보고회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올해 전략보고회는 지난해처럼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하루에 한 계열사씩 전략세션과 연구·개발(R&D)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전략세션에서는 계열사별 △중장기 사업전략 △신사업 육성 성과 및 계획 등이 논의된다. R&D세션에서는 △주력 사업 및 미래 성장엔진의 R&D전략 △장기 원천 및 핵심 기술 추진 현황을 놓고 토론한다. 2010년 그룹 차원에서 발표한 그린경영 사업계획도 핵심 주제 중 하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