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데 휘흐트 유럽연합(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10일(현지시간) 중국 등의 불공정 무역에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데 휘흐트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무역 방어 수단 혁신'을 주제로 한 토론회의 연설을 통해 국가 보조금 지급이나 덤핑 등 불공정 무역과 관련해 업체의 제소가 없어도 집행위가 직접 조사, 대응하는 식으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EU 집행위는 외국 경쟁업체가 국가 등의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거나 덤핑 수출을 한 혐의가 있다는 유럽 기업의 제소가 있을 경우에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벌금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유럽 기업이 `국가자본주의'를 운영하는 나라의 정부로부터 보복당할 것을 걱정해 제소하지 않고 있다.

데 휘흐트는 따라서 기업의 제소가 없어도 집행위가 먼저 사건을 인지해 조사하고 조치하는 방식으로 바꿀 경우 다른 나라 정부가 이와 관련해 유럽 기업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상대국 기업의 반덤핑 등 제소에 대해 정부가 직접 여러 형태의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EU 관리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응해 집행위는 이미 중국에 대해 반덤핑 제소 등을 취한 기업의 이름을 공표하지 않는 익명 제소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제도 역시 별 효과가 없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 중국을 상대로 EU에 제소했는지를 중국 정부가 알아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데 휘흐트 집행위원은 EU가 당면한 또다른 변화로 `국가자본주의의 발흥'을 꼽고 "이는 흔히 중국의 체제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지만 러시아나 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가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자본주의 하에선 정부 정책들이 자국 기업에 부당한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면서 EU의 현행 법과 제도로는 이런 왜곡을 입증해 대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6년 전에 제정된 EU의 무역 관련 법규들을 갱신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U에 중국은 미국 다음의 제2위 무역 상대국이며, 중국엔 EU가 제1위 무역 상대국이다.

양측 간의 올해 교역총액은 5천억 유로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무역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