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솔로몬 한국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은행권이 떠안을 경우 3000억~6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은행주 주가가 입을 타격은 제한적이란 관측이 많다.

○‘은행권 부담은 최대 6000억원’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을 비롯 한국 미래 한주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확정했다.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세 번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다. 이 소식에 카드수수료율 개편 등으로 지난달 이후 뒷걸음질치던 은행주가 다시 타격을 입었다. 7일 한국금융지주가 6.20% 급락했고, 하나금융지주(-3.56%) 외환은행(-2.69%) KB금융(-2.56%) 우리금융(-2.41%)도 내림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부실 저축은행을 은행권에서 인수할 경우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BS금융지주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총 5130억원을 쏟아부었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이 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비용은 총 3560억(보호예금 이전)~5350억원(총예금 이전)”이라고 추정했다. 은행권이 예금보험공사에 대출을 지원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은 7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를 합치면 은행권의 전체 부담은 최대 6000억원”이라며 “연간 이익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은행업종 주가 빠른 회복 가능성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리스크가 은행권에 이전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심규선 한화증권 연구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이뤄졌던 건설사들의 리스크가 일부 은행권으로 옮겨질 수 있지만 은행들이 관련기업에 대해 건전성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은행권이 인수한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과 하나저축은행(옛 에이스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각각 60억원, 317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는 우량한 여신만 선별 인수해 예대마진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적자규모가 이 정도에 그친 것은 저축은행 인수에 따른 은행권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행업종지수는 지난해 2월과 9월 저축은행 구조조정 명단이 발표된 직후 하락 곡선을 그리다 2주 안에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은행이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저축은행 사업모델에 대해 은행들의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살아남은 저축은행은 ‘반짝 상승’

영업정지를 피한 저축은행들은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서울저축은행과 신민저축은행이 상한가까지 급등했다. 진흥저축은행은 하한가 하루 만에 13.76% 상승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들의 ‘승자 효과’를 점치긴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캐피털사와 대부업체, 보험사들의 수혜를 예측하기도 했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솔로몬저축은행의 가계대출 1조3000억원 가운데 상당부분이 소액 신용대출인 만큼 캐피털사 등에 풍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거래소는 이날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의 주식거래를 정지했다. 영업정지에 따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경영개선 조치를 45일 안에 실행하도록 한 만큼 단기간에 상폐까지 갈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많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