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지난해 연봉이 다른 공공기관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 관련 공공기관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 안팎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보다 많았다.

기획재정부가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www.alio.go.kr)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장의 지난해 연봉은 4억9260만원으로 286개 공공기관장 중 가장 많았다. 전년도 4억3179만원보다 14.1% 오른 것으로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의 세 배 가까운 수준이다.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5200만원으로 전년도 1억4700만원보다 3.4% 인상됐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4억6033만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정책금융공사 사장 연봉은 전년도 2억1300만원보다 116.1%나 올랐다. 기본급 인상률은 5.4%에 그쳤지만 성과상여금이 5171만원에서 2억9036만원으로 6배 가까이 뛰었다. 코스콤 사장(3억9407만원)과 한국투자공사 사장(3억3059만원)이 뒤를 이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연봉은 2008년 8억원이 넘었으나 2010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줄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억6676만원으로 감소했다.

직원 평균 연봉에서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거래소의 직원 1인당 보수는 1억926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가장 많았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평균 9718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세 번째로 직원 연봉이 많았고 코스콤도 9050만원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증권 유관기관 직원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7760만원)와 현대자동차(8900만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예탁결제원의 평균 연봉 인상률은 5.8%로 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 4.1%보다 높았다. 전체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은 6010만원으로 전년도 5820만원보다 3.3% 상승했다.

진재구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 공공기관은 정부 업무를 대행하거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연봉이 민간 대기업보다 높은 것은 경쟁 강도가 약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