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대 공기업 부채조정 플랜 내놔야"
“민간기업은 부채조정에 실패하면 살아남지 못하는데 공기업은 그런 절박함이 없습니다.”

2009~2010년 공공기관장평가단장을 지낸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새누리당 19대 국회 비례대표의원·한국경제학회장·사진)는 “공기업 부채는 가계부채 못지않게 심각한데 정부와 공기업 모두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공기업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국가신용등급도 위험해질 수 있다”며 “특히 6대 공기업에 대해선 정부와 해당 공기업이 중장기 부채조정 플랜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6대 공기업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수자원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로 지난해 이들 기업의 부채총액은 288조원으로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108조4000억원)보다 166%나 늘었다.

▷공기업 부채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대부분 공기업은 괜찮은 편이지만 6대 공기업은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계속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이자가 이자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고 해당 공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특히 6대 공기업은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서 국가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무디스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공기업 부채를 눈여겨본다는 얘기도 있다. ”

▷해외에서도 공기업 부채 문제가 심각한가.

“유럽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공기업 부채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일본이 우정 사업이나 철도 민영화를 추진한 것도 방만한 공기업 운영과 관련 있다.”

▷공기업 빚을 어떻게 줄여야 하나.

“민영화할 건 민영화하고 본업과 관련 없는 사업이나 투자지분은 과감히 매각해야 한다. 계열사가 많고 덩치(자산이나 매출)가 커야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건 굉장한 오산이다. 특히 6대 공기업은 정부와 협의해 중장기 부채조정 플랜을 내야 한다.”

▷민영화에 대해선 논란도 많다.

“민영화를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KT나 포스코처럼 국민주 방식으로 하면 경제력 집중 문제는 비켜갈 수 있지만 사주가 없다 보니 정부가 경영에 개입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선이 코앞인데 정치적 반대가 많은 민영화가 잘 이뤄질 수 있을까.

“민영화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순수한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처음엔 ‘공기업 선진화’란 이름으로 민영화와 경영 효율화를 강조했는데.

“공기업 민영화는 늘 해야 하지만 특히 정권 초창기에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금융 민영화 같은 대형 건은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권 말기에 하기 어렵다.”

▷공기업들은 ‘불필요한 자산을 팔려고 내놓아도 안 팔린다’고 나름대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다 보니 땅을 많이 가진 기업은 자산 매각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또 상장기업은 시장에 지분을 내놓으면 지분 값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부채를 줄일지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부채 축소를 위한 공기업들의 자구노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재무구조가 나쁘면 경영평가 때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공기업들도 상당히 신경을 쓸 것이다. 하지만 민간 기업만큼의 절박함은 없는 것 같다. 외환위기 때 대기업들은 부채비율 200%를 못 맞추면 ‘위험기업’으로 몰렸다. 지금도 민간 기업은 부채가 너무 많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공기업은 그런 의식이 덜하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용석/서정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