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가맹점 100곳 가운데 75곳의 수수료율이 떨어질 전망이다. 전체 수수료율도 2.09%에서 1.91%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본지 4월18일자 A1, 3면 참조

여신금융협회의 의뢰로 개편 작업을 추진해 온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금융연구원, 삼일회계법인 등 3개 기관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공청회’를 열고 새 수수료 체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업종에 따라 정률로 부과해오던 카드 수수료를 결제 1건당 기본 수수료에 결제 금액당 수수료를 더하는 이른바 ‘택시요금식’ 체계로 수수료 산정 방식을 바꿨다. 여기에 가맹점의 마케팅비용과 대손위험, 환불위험, 온라인-오프라인 거래, 거래승인시간 등 가맹점별 특징을 감안해 최종 수수료율이 결정된다.

연구진은 새로운 카드 수수료 체계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올해 1월 승인실적이 있는 168만 가맹점 가운데 영세가맹점을 제외한 뒤 무작위로 9964곳을 표본으로 골라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모의 실험 결과 일반 음식점은 2.47%에서 1.97%로 수수료율이 하락했고 미용실은 2.68%에서 1.9%로 떨어졌다. 하지만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은 2.33%에서 2.76%로 수수료율이 오히려 올라 결제 1건당 기본 수수료를 낮춰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로운 카드 수수료 체계를 놓고 공청회 토론자들은 이해 관계에 따라 크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조길종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연구소장은 “중소가맹점이 90% 이상 혜택을 본다고 하니 환영할 만하다”며 “다만 카드 수수료 원가를 산정할 때 카드사의 마진 등을 파악할 수 없어 공식적인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카드사가 이번 개편으로 감소하는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카드 회원에 대한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보전하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대표로 나온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카드업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어 업계의 원가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가 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공청회 토론자들은 카드 수수료 문제를 시장 원리에 따라 해결하기 위해선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당국이 세수를 늘리려는 차원에서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기형적인 여전법을 유지하고 있다”며 “카드 의무 수납이나 가격차별화 금지 등과 같은 규제를 폐지하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12월22일부터 적용된다.

박종서/ 김일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