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끝났지만…더 뜨거운 '비즈니스 테이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26~27일 이틀간 열렸지만 기업인들의 막후 비즈니스는 지난 25일부터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기업 총수들은 방한한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거나 연쇄 회동을 갖는 등 이번 행사를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하는 데 적극 나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8일 저녁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삼성은 1990년대 헝가리에 진출해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제일모직 등의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만찬에는 이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참석했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팔 슈미트 대통령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이 회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슈미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이어 오후엔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도 방문했다.

SK그룹 경영진은 태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 수반과 기업 총수들을 잇따라 만났다. 최태원 회장은 27일 서울 을지로2가 SKT타워에서 인도네시아의 차이룰 탄중 CT그룹 회장과 정보통신기술(ICT) 및 건설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 회장은 앞서 25일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에게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조기 재해경보, 대응시스템 구축 방안을 제안했고,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나 비즈니스 협력 강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29일엔 정만원 SK 부회장과 유정준 SK G&G추진단장이 베트남 최대 국영에너지 기업인 PVN의 도반허우 사장과 원유정제, 석유유통 사업 분야의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25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시작으로 28일까지 거의 매일 ‘경제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26일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또 모하메드 술래만 히다얏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을 만나 일관제철소 건설 등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28일엔 사이드 유사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를 만났고,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4단체가 주최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초청 조찬간담회에도 참석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27일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서 러시아 베이직엘리먼트그룹의 올레크 데리파스카 회장과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데리파스카 회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했다. 베이직엘리먼트그룹은 에너지, 제조, 금융, 건설, 항공 분야에 걸쳐 100여개의 계열회사와 30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러시아 굴지의 기업이다.

윤정현/서욱진/김현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