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도시형 전기차 i3, i8 내년 양산"
“급성장하는 ‘BRIKT’(브릭트) 시장을 발판으로 2016년 연간 200만대 판매목표를 달성하겠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56·사진)은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BMW벨트(본사)에서 열린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지난해 BMW그룹은 판매량, 매출, 이익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며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 있긴 하지만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해 그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16년에는 판매량을 200만대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이 지난해 출고한 자동차는 BMW와 미니(MINI), 롤스로이스 등을 합해 총 166만8982대로,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0년(146만1666대)보다 14.2% 증가했다. 지난해 총 매출은 688억2100만유로(101조8500억원)로 전년 대비 13.8%, 순이익은 49억700만유로(7조2600억원)로 51.3% 늘었다. BMW그룹은 16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보통주 한 주당 2.30유로(3400원)로 정했다. 이 역시 지난해 1.30유로(1920원)보다 30.7% 늘어난 역대 최고액이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BMW의 성장세가 미국, 유럽, 중국 등 거대시장은 물론 다양한 신흥국 시장을 아우르는 판매 포트폴리오를 짰기 때문”이라며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한국, 터키 등 BRIKT 시장의 놀라운 판매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 BRIKT 국가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32~54%씩 급성장했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올해도 BRIKT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며 “이익률도 8~10%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지난 1~2월 총 24만대를 판매,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BMW그룹 안팎에서는 2007년 ‘넘버 원 전략(strategy number one)’에 따라 그룹을 재정비한 것이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이 됐다고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07년에 환율변동을 대비하고 모듈화 등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등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며 “BMW그룹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이익을 낸 몇 안 되는 자동차 회사”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점차 강화되는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규제와 관련해 라이트호퍼 회장은 선제적인 대응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가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를 95g/㎞로 강화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평균 148g/㎞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95g/㎞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 양산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내년에 도시형 전기차 i3, i8를 판매할 것”이라며 “이들 두 모델은 BMW그룹의 새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BMW그룹도 다른 자동차 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협력해 유럽에서 판매하는 도요타 모델의 디젤 엔진을 BMW가 공급하기로 했다.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앵그룹)와도 계약을 맺고 함께 하이브리드 기술을 연구하는 한편 BMW의 가솔린 엔진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실상 두 회사에 엔진을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우리는 엔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앞으로 엔진 수출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GM과 PSA 간 제휴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선 “PSA와의 계약은 2015년까지 보장돼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없다”고 말했다. BMW그룹은 최근 GM과도 협력을 시작했다. 그는 “GM과 연료전지(Feul Cell) 기술개발을 함께 하기로 했다”며 “더 이상 구체적인 사항은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뮌헨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7년 BMW그룹에 입사해 BMW 남아프리카공화국 기술 디렉터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생산공장 사장 등을 거쳐 2006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뮌헨=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