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는 9일 민간 채권단과의 국채 교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발표했다. 국채 교환이란 기존 그리스 국채를 원리금을 탕감한 새 국채로 바꾸는 것으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게 돼 디폴트(채무 불이행) 고비를 일단 넘겼다.

◆빚 1000억유로 탕감

그리스 국채교환 성공에도 시장은 여전히 '반신반의'
그리스 정부는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 중 85.8%가 국채 교환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 중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면 국채 교환에 반대하는 채권단도 국채를 강제 교환토록 하는 집단행동조항(CACs)을 적용할 수 있다. 그리스 정부는 “CACs를 적용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실제로 국채 교환에 참여하는 채권단 비율은 95.7%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채권단은 국채 교환 협상에 따라 보유 중인 2060억유로어치 그리스 국채 중 1000억유로 이상을 탕감해준다. 손실률이 53.5%지만 나머지 국채도 30년 만기 장기 국채 등으로 교환해줘야 하기 때문에 채권단은 실제 손실률이 75%(순현재가치 기준)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와 IMF는 국채 교환이 이뤄져야 2차 구제금융을 줄 수 있다고 밝혀왔다. 이로써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아 오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유로어치 국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안심하긴 이르다”

그리스 국채 교환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진 8일 영국(1.18%) 독일(2.44%) 프랑스(2.53%) 등 유럽 주요국 증시가 모두 올랐다. 같은 날 다우존스(0.55%) S&P500(0.98%) 나스닥(1.18%) 등 미국 증시도 상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채 교환 성공은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된 것일 뿐 이번 일을 계기로 그리스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8일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39.850%로 전날 연 38.119%보다 오히려 올랐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다른 재정위기국 국채 금리가 대부분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채 교환으로 그리스 국가부채 3500억유로 중 3분의 1 정도가 사라졌다”며 “하지만 시장은 이미 그리스 디폴트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새 그리스 국채가 벌써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연 17~21%에 달하는 고금리라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오픈유럽의 라울 루파렐 애널리스트는 “2차 구제금융은 생명을 약간 연장하는 것일 뿐 결국 그리스는 디폴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이 작년 말 기준으로 51.1%이고 전체 실업률도 2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납세자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가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69%에서 2020년까지 120.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C’에서 ‘제한적 디폴트’로 강등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