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행복의 원천…中企도 'SPICE경영'해야  지속성장"
“일이 행복의 원천입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세요.”

‘사랑받는 기업’의 창시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사진)는 최근 패션업체 더필에서 열린 중소기업 세미나에서 “사랑받는 기업은 자석과 같다. 생존을 넘어 목적에 충실한 중소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소디어 교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개념의 창시자다. 2003년 세계 최대 마케팅 협회인 CIM으로부터 ‘마케팅 사상가 50인’ 중 한 사람으로 뽑혔다.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최근 이슈가 됐던 ‘동반성장’이 대기업 관점으로만 이뤄진 데 반해 중소기업도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목적에 충실하면 수익률은 올라간다”

시소디어 교수는 기업 이해 당사자들을 묶은 ‘SPICE(양념)’라는 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는 사회(society), P는 협력업체(partner), I는 주주(investor), C는 고객(customer), E는 직원(employee)을 의미한다. 그는 “좋은 기업은 이들 모두의 이익을 조화시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홀푸드와 구글을 사랑받는 기업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들 기업은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를 주고, 공급업체에도 납품가를 높게 매겨주지만 많은 이익을 낸다는 것.

인도의 타타(TATA)그룹은 철강과 발전소, 자동차 등 국가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한다. 오토바이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자 서민을 위한 안전하고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었다. 설탕이 많이 든 탄산음료나 짠 과자를 생산했던 펩시는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이처럼 기업과 이해관계 당사자 간의 관계가 서로 이끌리는 자석과 같이 될 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벤틀리대에서 마케팅전략을 강의하는 시소디어 교수는 ‘전략’보다는 ‘목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령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도 이윤 창출이 아니라 올바른 목적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왜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치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목적이 좋아야 이해당사자(SPICE)를 만족시키고 지속성장할 수 있다.

시소디어 교수는 1996~2006년의 10년간 사랑받는 기업 중 상장한 13곳과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500개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가설’을 증명했다. ‘사랑받는 기업’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1026%로 S&P 500기업(122%)의 8배가 넘었다. 더 놀라운 점은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선정한 ‘위대한 기업’ 11곳의 투자수익률(303%)에 비해서도 3배 이상 앞섰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고객에겐 좋은 물건을 팔고, 직원과 협력업체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면서 말이다. 시소디어 교수는 “높은 임금과 납품가를 주면 당장 마진은 줄지만 그만큼 더 좋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가질 수 있고,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전체 순이익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낮은 이직률 덕분에 채용과 교육, 조직 관리 비용이 줄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기업도 생존의 단계를 넘어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회사가 돼라”

경영자는 직원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항상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말도 했다. ‘지난 한 달간 일하면서 가졌던 최고의 경험은 무엇인가?’ ‘우리는 고객에게 액세서리를 제공하는데, 그게 왜 중요한가?’ 등의 질문을 통해 회사가 왜 남다른 점을 만들어내야 하는지에 대해 직원들이 더 고민하게 된다는 것.

“약육강식의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중소기업에 사랑받는 기업이 돼라는 건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과 협력업체에 더 높은 임금과 납품가를 주면 더 좋은 근로자와 공급업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직원의 이직률이 줄어들고, 업무 효율성은 5배까지 높아질 수 있고,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일도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경쟁력 있는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월요일에도 출근하고 싶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를 개최한 (주)더필은 마트 귀금속 액세서리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오고균 대표는 “세미나를 통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 넘버원이 되는 것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았다”며 “중소기업이란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예진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ye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