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지난해 국내외에 212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 화학업계 경쟁사들이 평균 100여건을 출원하는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이 회사에는 변리사, 미국 특허전문가 등 관련 전문 인력 36명이 일한다. 이 역시 경쟁사에 비해 3배가량 많다.

LG화학이 특허 분야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특허에 대한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LG화학은 최근 화학업계의 글로벌 공룡으로 통하는 다우케미컬과의 특허 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LG화학 연간 2000여 건의 특허 출원

LG화학, 특허 분쟁서 '다우케미칼' 이긴 비결
LG화학이 다우케미컬과 특허 공방을 벌인 기술은 ‘엘라스토머(Elastomer)’ 다. 탄성을 가진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제품으로 자동차용 범퍼의 충격보강재, 건물 차음재 등에 사용된다. LG화학은 1999년 독자적인 메탈로센계 촉매 원천기술을 확보한 후 9년 만에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다우케미컬이 특허 침해 소송으로 태클을 걸어와 결국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엘라스토머 제조기술은 과거 전 세계에서 3개 업체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네 번째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제품 국산화에 기여하게 됐다”며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거둔 승리여서 특허싸움에서 한층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이번 승소판결로 2조원 이상의 엘라스토머 시장을 본격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LG화학은 2000년대 중반부터 특허 경영에 눈을 떠 전사적 특허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8년 이후 매년 특허출원 건수를 10% 이상씩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2125건을 출원했으며, 현재 1만3000여 건의 특허(국내외 등록·출원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미국의 권위있는 특허전문 평가기관인 ‘페이턴트 보드’의 화학분야 특허 경쟁력 순위가 2007년 75위에서 올해 6위로, 5년 만에 70계단 가까이 뛰어올랐다. LG화학과 엘라스토머 특허분쟁을 벌인 다우케미컬은 3위에 올라 있는 막강한 기업이다.

◆특허 투자만 한 해 200억원

LG화학이 가진 특허경쟁력의 핵심은 속도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실시간으로 특허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전사적 특허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한선 특허담당 수석부장은 “이전엔 투자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특허 이슈를 논의했다”며 “그러나 특허경영 시스템 구축 이후엔 기술 개발 단계부터 전 세계 경쟁사가 등록한 특허를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실시간으로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신기술은 바로 특허출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국내외 경쟁사 특허수만도 26만건이다.

특허 인력에 대한 교육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글로벌 특허 전문가 육성을 위해 미국 특허변리사 자격 취득 과정과 특허 관련 미국 로스쿨 연수 과정도 운영한다. 특허와 관련한 연간 투자 비용만 200억원이 넘는다.

이 수석부장은 “글로벌 시장경쟁 시대는 연구개발과 함께 특허를 선점하고 설계하는 특허경영이 시장 지배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36명인 특허 관련 전문 인력수를 60명까지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