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은 투자 수익 덕분…보험료 인하는 `울며 겨자먹기'

손해보험사들이 2011회계연도에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5천여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12회계연도에는 자동차 보험료 인하까지 겹쳐 적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등 14개 손보사는 2011회계연도 1~3분기까지(4~12월)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3천2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7월 폭우 당시 대규모 차량 침수로 562억원의 적자를 봤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603억원과 9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1회계연도 이후 자동차보험에서 누적 적자만 6조5천여억원에 달한다.

2011회계연도 연간 자동차보험 적자가 4천500억~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손보업계가 추정한다.

4분기에는 마일리지ㆍ서민우대자동차보험 도입, 겨울철 사고 다발 요인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1회계연도 1~3분기에 평균 74.7%다.

80%대 수준이었던 2010회계연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적정손해율(71% 수준)을 3%포인트 이상 초과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2007회계연도에 손해율이 70.2%로 적정손해율보다 개선되자 2008년 하반기에 보험료를 내렸다가 2009회계연도와 2010회계연도에 적자가 9천200억원, 1조5천억원에 달해 공멸 위기에 몰렸다.

2011회계연도는 손해율이 70% 초반대로 개선되고 있지만 2012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에 자동차보험료를 2.3% 내리면 적자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협회는 올해 치료비 2.2% 인상과 일용 근로자 임금 5.0% 상승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0.36%, 0.25%씩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과 정비업체들의 정비 요금 인상 요구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차등화한 마일리지보험은 자동차보험료를 2% 정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손보사들은 주장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은 최고 17%까지 보험료를 깎아준다.

손보사들이 막대한 자동차보험 적자에도 보험료 인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전체 영업에서는 상당한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6개 대형손보사는 2011회계연도 1~3분기에 1조5천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삼성화재 5천685억원, 동부화재 3천223억원, 현대해상 3천54억원, LIG손보 1천472억원, 메리츠화재 1천321억원 등이다.

이들 보험사는 전년 동기보다 20∼150% 정도 순익이 늘었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투자수익을 자동차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보험료 산정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당장은 투자 부문에서 수익이 나고 있으나 손실 발생 때 그 부담을 자동차 보험료에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손보사의 한 임원은 "금융당국의 압박, 선거 정국 때문에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로 결정했다"며 "보험사가 순익을 냈다는 이유로 영업적자가 발생하는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면 시장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