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형사제11부(김종호 부장판사)는 21일 1천40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50)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모친 이선애(84) 전 태광산업 상무에게는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간암 수술 등 건강상의 이유로 감형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건강상의 사유는 집행 단계에서 고려될 수 있을 뿐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며 "3월2일까지인 이호진 피고인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여부는 의료진의 소견서 등을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선애 전 상무는 법정구속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회장 등은 지난해 1월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으로 회삿돈 약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연습장 헐값 매도 등으로 그룹 측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 중 290억원 가량의 횡령과 일부 배임혐의에 대해서는 유죄임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친전문건의 내용과 법정 진술에 따르면 이호진 피고인이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받아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를 묵인하고 조장하면서 범죄로 인한 수익을 향유하였음이 인정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공동범행은 이선애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했고, 이호진은 이선애보다는 가담정도는 낮지만 그룹에서의 지위, 이선애와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호진이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태광 측은 재판 결과에 대해 "판결문을 받아 면밀히 검토한 뒤 변호인단과 상의해 향후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이선애 피고인의 경우 고령인 데다 뇌졸중을 앓고 있고 대동맥류 수술을 받은 적도 있어 수감생활 중 건강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