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 정규직 전환땐 산업현장 대혼란"
23일로 예정된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불법 파견 여부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산업 현장이 초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대법원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불법 파견으로 확정 판결하면 산업 현장이 커다란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문제가 자동차뿐만 아니라 조선, 철강, 전자 등 주요 기간산업에 모두 해당되는 만큼 판결 이후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 1939곳 중 절반에 가까운 41.2%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다.

◆“사내하도급 규제는 일자리 감소”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82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2%다. 회사 측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매년 26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으로 탄력적 인력 운용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은 파견근로제를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을 포함한 전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본은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으며 2004년 제조업도 금지업무에서 제외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파견법이 없어 가장 높은 수준의 고용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내하도급 활용을 규제하면 외부 충격 시 이를 흡수할 수단을 없애는 것”이라며 “원청 기업에 대한 제재는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내 생산기반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유연성 관점에서 봐야”

고용부의 ‘2010년 사내하도급 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132만6040명 중 사내하도급 근로자 수는 32만5932명(24.6%)이다. 조선이 61.3%로 가장 많고 철강 43.7%, 기계·금속 19.7%, 자동차 16.3%, 전기·전자 14.1% 순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1만4812명으로 원청근로자 수(1만2600명)보다 더 많다. 대법원 판결이 불법 파견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국내 주력 수출 업종 대부분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하도급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면 원청 기업이 해당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럴 경우 노조가 또다시 정규직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기업은 결국 생산 자동화와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노동유연성 관점에서 이 사건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맞춰 인력과 조직을 유연하게 맞춰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 요구’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제조업에는 파견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이 사내하도급”이라고 말했다.

사내하도급 불법 파견 논란은 2005년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인 최병승 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사건’으로 불거졌다.

2006년 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모두 기각됐으나 2010년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이를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최씨의 손을 들어줬고 현대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사내하도급·파견근로

사내하도급과 파견근로는 비슷한 고용 형태다. 고용주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점도 같고 사용업체(원청) 근로자와 함께 일한다는 점도 같다. 다만 업무의 구체적 지휘명령권이 사내하도급은 일감을 받은 고용주에게, 파견근로는 일감을 발주한 원청업체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