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총공세'로 전략 바꾼 새누리…"민주는 말 바꾸기 달인"
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민주통합당의 말바꾸기를 4·11 총선 최대 쟁점으로 끄집어내 총공세에 들어갔다. 17일 지도부를 포함, 9명의 의원들이 나서 한·미 FTA를 거론하며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회의시간엔 이와 관련한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민주당은 곤혹스런 분위기다. 자칫 ‘MB정권 심판론’에서 ‘한·미 FTA 찬반과 말 바꾸기’로 총선 쟁점이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격은 시작됐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로서 ‘한·미 FTA는 우리 경제체제를 한 단계 발전시킬 신 과제’라고 강조한 뒤, ‘반대 집회는 모두 불법집회로 처리하고 보조금 지원 중단까지 지시한다’고 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재집권하면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또 “주요 국가 현안에 대해 그때그때 말바꾸기를 한다면 국민은 어떻게 평가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여권 인사들의 한·미 FTA 찬성 발언들을 묶어 만든 동영상을 틀었다. 유튜브에 이미 떠 있는 이 동영상에는 정동영·한명숙·손학규·유시민 등 현 야권 인사들의 과거 한·미 FTA 찬성 발언들이 등장한다. 이 의장은 동영상이 끝나자 “이런 말을 한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 FTA 반대를 총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한판 붙어주겠다. 올 테면 오라’는 게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명규 원내 수석부대표와 구상찬·유일호·백성운 의원 등도 비공개 회의 때 민주당을 향해 “말바꾸기의 달인”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공세는 회의가 끝난 뒤 국회 정론관에서 계속됐다. 이두아 원내 대변인, 황영철 대변인, 정옥임 의원 등 3명의 의원들이 잇달아 나와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황 대변인은 “새누리당에서 유일하게 한·미 FTA에 반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가 갖고 있는 작은 양심보다도 못한 말 바꾸기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며 한명숙 대표의 말 바꾸기가 그려진 보드판을 꺼냈다. 최근 한·미 FTA 전도사를 자처한 정 의원은 이날엔 민주당의 말 바꾸기에 집중해 논평했다.

민주당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던 지도부는 최근 ‘한·미 FTA 폐기’에서 ‘재재(再再)협상’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지만, 논란 확산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총선 쟁점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한·미 FTA 공세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것”이라며 “대신 검찰개혁과 대통령 측근비리 공세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말 바꾸기’ 논란과 관련, 전선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금처럼 MB정권 심판론으로 총선 쟁점이 흐르면 승산이 줄어든다는 판단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미 FTA뿐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 국제병원 설립 등 전 정권이 추진한 사업들에 대해 민주당의 말 바꾸기 사례 등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전선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