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기업집단 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감 몰아주기 방지, 프랜차이즈 불공정 개선 등을 담은 사실상 대기업 규제법이다. 중기적합업종 등으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지금의 동반성장위원회가 하고 있는 일들이 죄다 법제화, 강제화되는 것으로 보면 맞다. 민주당이 재벌을 개혁하겠다며 들고 나온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규제 등에 반대한다던 새누리당이 대기업 규제 양산을 위한 일종의 모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때려 중소기업의 표를 얻자는 한국형 정치 셈법이다.

새누리당이 정강·정책을 개정한다며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들먹일 때 이미 우려됐던 내용들이다. 이들이 근거로 삼는 헌법 119조2항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헌법 119조 제1항의 하위 또는 보완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일관된 해석이다. 그런데도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결국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과적 평등만 보겠다는 사회주의적 광기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해 그들 말대로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 중소기업이 살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경제학은 없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의 실패가 좋은 사례다. 중소기업 경쟁력은 시간이 가면서 오히려 약화됐고, 결국 국내 시장을 외국 기업들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말았다. 중소기업이 어렵고 민생이 팍팍한 원인을 오로지 대기업 탓으로 몰고가는 게 요즘 정치권이다. 재벌세도 그렇고, 난데없는 빵집 소동도 마찬가지다.

사방에서 대기업을 때리고 보자는 식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한국에서 다시는 대기업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대기업 금지법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는가. 대기업은 혁신의 결과이며 성장의 원동력이다. 중소기업으로 강한 경제를 구축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기업 때리기는 곧 한국 경제의 자살충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정치권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