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유럽, CEO 고액연봉 손본다
유럽 각국이 대기업 경영자들의 임금 인상 억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월가에도 최고경영자(CEO) 보수 삭감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들이 실적에 관계없이 경영진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장관은 “내년부터 대기업 CEO의 임금을 주주들이 직접 결정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주주 75% 이상이 찬성해야 연봉이 확정되도록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주주가 CEO 연봉에 대해 조언을 하는 수준이다.

실적에 따라 지급액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공익기구인 고임금위원회가 요청하면 회사는 CEO의 연봉 결정 기준과 과정을 설명하는 것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케이블 장관은 “이런 조치를 통해 연봉 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책임 있는 자본주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근로자들과의 임금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1998년 영국 CEO의 평균 연봉은 100만파운드였으나 2010년에는 400만파운드로 급증했다. 반면 근로자들의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도 은행 임원들의 보수 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할 방침이다. 이날 미셸 바르니에 역내시장 집행위원은 “은행 CEO 연봉이 직원들과 일정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너스와 본봉의 비율도 고정할 계획이다. 바르니에는 “은행이 스스로 CEO들의 고액 연봉을 삭감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바르니에의 구상이 입법화하면 금융위기 발생 후 EU가 취한 가장 강력한 금융 규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월가도 CEO 연봉을 대폭 줄이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가 받은 지난해 총보수는 1050만달러에 그쳤다. 1년 전에는 1400만달러에 달했다. 주식으로 받은 보수는 510만달러로 전년 대비 절반가량이 줄었다. CNN머니는 “지난해 미국인 대부분의 소득은 감소하거나 정체됐지만 CEO들의 연봉은 36.5%가량 올랐다”며 “소득 격차에 대한 논쟁이 커지자 월가도 보수 삭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