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446억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자진신고감면(리니언시)제도를 적용받아 LG전자는 100%, 삼성전자는 50%를 감면받는다.

◆“담합해 가격 올렸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가격의 공동 결정·유지·변경 규정을 어겨 시정조치와 함께 삼성전자에 258억1400만원, LG전자에 188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 회사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전자동세탁기(10㎏)와 드럼세탁기(10㎏·12㎏·15㎏) 22개 모델의 소비자판매가격 인상 또는 유지를 결정했다.

두 회사는 또 2008년 7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본사 근처 식당에 모여 두 차례에 걸쳐 평판TV의 △과당경쟁 자제 △출고가 인상 △장려금 축소 등을 결정했다. 양사는 2008년 7월 인텔의 센트리노Ⅱ가 탑재된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담합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41개 모델의 소비자가격을 3만~20만원 올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리니언시 맹점 또 드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리니언시 적용을 받아 실제로 내야 할 과징금은 없거나 절반으로 줄어든다. 먼저 자진 신고한 LG전자는 과징금을 전액 감면받고 삼성전자는 258억1400만원의 절반만 내면 된다. 담합한 업체 모두 감면 혜택을 받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리니언시는 ‘담합 업체 수’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리니언시제도의 취지는 당사자들의 침묵을 깨뜨리고 신뢰를 무너뜨려 담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예컨대 담합에 참여한 두 업체가 모두 자진 신고하면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담합에 참여한 모든 업체가 과징금을 면제받거나 감면받는 것은 법의 취지나 정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한 상황에서 먼저 신고한 업체에 100%, 두 번째로 신고한 업체에는 50%의 과징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담합 규제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담합 가담 업체가 3~4개 이상이라면 리니언시제도가 담합 참여 업체들의 침묵 카르텔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두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리니언시가 이들 기업의 결속을 깨뜨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과점업체들이 상습 담합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광주지방교육청 등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0억원가량의 과징금 처분을 2010년 받았다. 당시는 에어컨업체인 캐리어도 참여했기 때문에 두 회사만의 담합은 아니었다.

공정위는 지난 3일 리니언시 규정을 바꿔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은 날부터 5년 내에 다시 담합’하면 감면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담합은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이전에 발생한 사안이어서 소급 적용을 받지 않아 자진 신고 1, 2순위에 무조건 적용되는 ‘최소 50% 감면율’을 적용받게 됐다.

박신영/김현석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