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에이스저축銀 회장, 檢소환 앞두고 자살
김학헌 에이스저축은행 회장(57·사진)이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과정에서 자살한 임직원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합동수사단이 고강도 수사로 비리 연루자들을 조여 가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호텔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

김 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 객실에서 쓰러진 채 지인에 의해 발견됐다. 인근 서울성모병원에 긴급 후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은 칼로 자해한 후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인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그는 전날 밤 “잠이 안온다”며 집을 나가 호텔에 투숙했다. 호텔과 조카 사무실에서는 검찰과 가족에 보여줄 용도로 쓴 각각 A4용지 6~7장 분량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 “억울하다. 수사 잘 해달라. 삼촌이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구나.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방배경찰서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있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에 소환 통보를 했으나 김 회장 측에서 집안 사정을 이유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 들어서도 두 번 소환 통보를 받았고 연기 끝에 이날 오전 출석할 예정이었다. 김 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부실대출 사실을 정확히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김 회장은 윤영규 행장과 함께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관련 부실대출 등 혐의를 받고 있었다. 윤 행장은 2005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고양종합터미널 시행업자에게 허위의 사업계획에 기초한 여신심사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6917억여원을 부실 대출해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정구행 전 제일2저축은행 행장이 압수수색을 받던 도중 서울 창신동 본점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같은해 11월에는 토마토2저축은행 전 상무 차모씨가 경기도의 한 건물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저축은행 관계자 외에도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전 사전 특혜인출 논란과 관련해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과 부산지원에서 근무하던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도 목숨을 끊었다.

에이스저축은행의 전신인 인천제일신용금고 최대주주였던 이성철 회장 일가도 공교롭게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이 회장 일가는 1997년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모두 사망했다.

◆검찰, 파장 우려 속 수사확대

또…에이스저축銀 회장, 檢소환 앞두고 자살
업계는 침통해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비리 수사 등에 이어 고위 인사들의 자살이 연초부터 또 일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수사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은 구속 수감에 대한 압박감이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토마토2저축은행 수사에서는 차씨가 자살하면서 그가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3억원도 미궁에 빠질 뻔했다. 차씨로부터 3억원의 현금화를 부탁받은 이 저축은행 직원이 지난달 검찰에 돈을 들고 나타나면서 조성 경위와 용처가 간신히 드러났다.

검찰 수사는 저축은행과 돈을 빌린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파랑새저축은행에서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49·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이 구속됐다. 현재까지 구속 또는 체포된 금감원과 국세청 직원도 모두 8명에 이른다.

임도원/심성미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