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중단 3년넘어 당장 피해 없어…현대아산 "추이보며 대응"

현대그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19일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의 향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가 이미 3년이 넘은 상태라 당장 대북사업에 미칠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 기조로 3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기대감이 피어오르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 영향으로 자칫 대북사업 중단이 고착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은 1998년 6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이 물꼬를 텄다.

그로부터 4개월 후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합의서가 체결됐고 1999년 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할 현대아산이 설립됐다.

2003년 2월 역사적인 금강산 육로 관광이 시작됐지만 5년 만인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금강산 관광은 전격 중단됐다.

사태 해결을 위해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했지만 현대아산의 희망대로 사업재개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았다.

관광 재개 선결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제시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과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3월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고 북한 또한 올해 부동산 몰수와 재산 정리라는 강수로 맞서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여만 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의 유연성 전략에 따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재개와 북한의 호응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에도 '훈풍'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솔솔 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김 위원장의 사망이 남북한 '해빙기 무드'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대해 현대아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으로 올해까지 5천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봤고 직원 수도 수차례 구조조정으로 관광 중단 전(1천여명)과 비교해 70%가량 줄어들었기에 누구보다 관광 재개를 염원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북한 내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불투명한 만큼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특히 대북사업이 정치적인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현대아산은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북한 사회의 내부 및 남북 관계 변화로 금강산 사업 중단이 고착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어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여러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방침에 따른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아산은 장경작 사장을 중심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