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 내년 中 '원자재 파워' 더 커진다
세계 경제가 지난 몇 개월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더블딥’ 또는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비관적 단어들이 다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런 비관론은 주식 및 원자재(commodity)와 같은 위험 자산의 가격을 하락시키고, 시장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언제까지 삐걱거릴 것인가? 또 원자재시장에 대한 전망은 무엇인가?

우선 현재 시장 불안감의 주 원인이 되는 유로존을 살펴보면 유럽의 혼란을 야기했던 문제들이 점차 뚜렷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제 수치 조작에 의해 은폐됐던 유럽 주변국들의 예산 적자 문제 등이 고개를 들고 있고, 통화 단일화로 인해 통화 완화나 환율 인하정책도 쓰기 어렵다. 긴축 정책으로 인해 2012년 유로존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그 주변국들이 채무상태를 벗어날 가능성을 낮추면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유로존의 경기 침체(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미국, 일본과 같은 기타 선진국의 경제 성장 둔화)가 중국과 같은 신흥 경제국 성장에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원자재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수요국이다. 산업용 금속에 있어 이 같은 중국의 파워는 두드러진다. 중국은 전 세계 알루미늄, 구리, 니켈, 납, 주석, 아연의 4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1995년 이후 산업용 금속에 대한 수요 증가는 중국이 주도해 왔다. 중국의 성장에 대한 시장 기대수준의 변화는 원자재 수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 총 수출의 20%를 유럽이 차지한다. 따라서 유럽의 경기 후퇴는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둔화시킬 것이다. 중국 경제를 지켜보는 이들은 고정자산 투자를 주축으로 발전해온 중국경제의 성장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개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2008년 경제위기 동안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사회기반시설 증축 사업 등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할 수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거주용 주택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1억 가구에 달하는 저가 주택을 추가 공급하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위험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지금 현재 당면한 문제는 아니다.

이와 같이 까다로운 시장 환경과 유로존 전망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원자재시장에 대해 방어적 자세를 취할 것을 권한다. 경제 성장에 대한 민감도 순위를 매겨보면 산업용 금속이 수위를 차지하고, 그 뒤를 에너지 상품과 농산물이 잇는다. 경제성장 전망이 상당히 개선되지 않는 한 구리나 원유와 같은 경기순환적인 상품은 박스권 등락(range-bound)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식생활 변화와 인구 변화에 좀 더 영향을 받는 농산물 수요는 상대적으로 경기침체를 잘 견뎌 낼 것이다. 곡물 가격의 하락은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 과잉과 같은 공급 측 요인에서 비롯됐던 것이고, 이는 다음 추수기까지의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쌀은 아시아 소비 국가에서의 수요 증가와 태국의 홍수와 같은 공급 감소 등의 요인으로 상대적으로 나은 투자 성과를 보일 것이다.

선진국 경제가 더 악화될 경우 금융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도입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금 등 귀금속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비소비재 상품의 속성상 가치보존(store-of-value) 수단으로서 금은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하지만 안전 자산을 찾아 금으로 몰리는 금융 투자자들도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금을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 따라서, 금은 단기적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나드는, 변동성이 높은 모습을 보이고, 장기적으로 역사적 평균가격인 온스당 450달러대로 되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니엘 안 < 씨티증권 뉴욕본부 선임이코노미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