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매각개시 전망 속 노조는 "공기업화해야"

국내 항공기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비틀거리고 있다.

KAI 노동조합이 민영화 대신 공기업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KAI 최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민영화 계획을 수정할 수 없다면서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KAI 지분 처리 방향을 지난해 조기 매각에서 상장 후 민영화로 바꿨다.

몸값을 끌어올려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는 조치였다.

KAI는 예정대로 지난 6월 상장돼 내년 1월부터는 대주주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민영화 분위기가 무르익은 셈이다.

상장 후 6개월간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이 금지된다.

정책금융공사는 난제였던 하이닉스 지분 매각을 최근에 마쳐 사실상 마지막 매물인 KAI 매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지난 9월 부임한 진영욱 공사 사장이 오는 19일 경남 사천에 있는 KAI를 방문하기로 한 것은 회사를 둘러보고 매각 방향을 정하려는 의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민영화 대신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KAI 노조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노조 간부 약 30명은 이날 상경해 진 사장에게 회동을 요구했다.

그간 수차례 매각과 관련한 견해를 밝혀달라고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노조의 속내는 KAI를 민간기업에 파는 것이 아니라 공기업화해야 한다는 거다.

항공우주산업의 특성상 민영화하면 문제점이 더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공기업 형태로 가야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쉬워진다는 논리도 편다.

노조는 조합원들로부터 갹출한 1억원을 들여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정부와 국회 등에 배포하기도 했다.

정부가 신규 출자 등을 통해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이날 노조는 진 사장 대신 나온 공사 임원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공사 측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공기업화로 정책 선회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재 KAI의 지분은 정책금융공사가 가장 많은 26.41%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삼성테크윈과 현대자동차 각 10%, 두산 계열사인 다아이피홀딩스와 오딘홀딩스 각 5%, 우리사주조합 9.53% 등으로 나뉘어 있다.

공사는 민영화를 추진하기에 현재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진 사장은 "하이닉스 매각이 대부분 마무리돼 한시름 놓은 상황이다.

우려와는 반대로 최근 KAI의 주가가 너무 올라 지분 매각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공사로서는 헐값에 매각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 현 주가에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아야 하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한 상황에서 선뜻 인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하이닉스 매각이 완료되는 내년 2월께 민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거라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KAI 주주협의회가 내년 1월 중 자문사 선정, 이르면 3월 매각공고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 민영화를 완료하기로 협의를 끝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AI 인수 후보로는 그동안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한화, 삼성테크윈 등이 거론됐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