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달러 시대] 이제는 2조달러 향해…힘찬 '出航'
한국이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일 오후 3시30분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수출 5153억달러, 수입 4855억달러를 기록하면서다.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것은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4만달러에 달하는 통상 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다.

◆세계 9번째 ‘무역 1조弗’

1960년대 이후 수출주도 정책을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일궈온 한국은 선진국 평균 속도보다 빠르게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1974년 1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005년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앞서 8개국은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평균 26.4년,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를 달성하는 데 8.4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각각 23년과 6년 만에 이뤄냈다.

수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세계 7강이다. 1962년 세계 104위(55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규모가 50년 만에 1만배 증가했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우간다, 수단, 튀니지보다도 낮은 100위권 밖이었지만 올해는 중국, 독일, 미국, 일본, 네덜란드, 프랑스에 이어 7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앞서 수출 5000억달러를 달성한 7개국은 1000억달러에서
[무역 1조달러 시대] 이제는 2조달러 향해…힘찬 '出航'
5000억달러로 늘리는 데 평균 20.1년이 소요됐지만 한국은 이보다 4년 적은 16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1조달러 달성 전망이 엇갈렸지만 철강 자동차 석유제품 등 주력 제품의 수출 선전에 힘입어 조기 달성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수출 5570억달러, 수입 5230억달러로 연간 무역 규모는 1조800억달러, 무역흑자는 34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가발부터 반도체까지…수출품 변천사

한국의 주력 수출품 변천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과거 가발·철광석·텅스텐에서 지금의 반도체·자동차·스마트폰 같은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신했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70년대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경공업 제품으로 달러를 벌어들였다. 섬유류(40.8%)와 가발(10.8%)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 품목이 다변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들어서다. 선박(3.5%) 음향기기(3.4%) 등으로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의류(11.7%)가 여전히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전자와 자동차 분야 등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반도체(7.0%) 영상기기(5.6%) 컴퓨터(3.9%) 자동차(3.0%) 등이 수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2000년대에는 고부가치 정보기술(IT) 제품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반도체(15.1%)가 수출 1위로 올라서고 컴퓨터(8.5%)가 바로 뒤를 이었다. 올해는 선진국들의 경기불황과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수출 주력품목에 변화가 생겼다. 올 들어 11월까지 수출실적을 들여다보면 반도체(9.0%)가 3위에 내려앉았다. 대신 선박류(10.3%)가 1위로 올라섰다. 석유제품(9.3%)과 자동차(8.0%)도 선전했다.

◆차세대 산업으로 무역 2조달러 열어야

전문가들은 신성장 동력에 대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향후 무역 2조달러 달성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강조한다. 선진국 중심의 시장 공략에서 벗어나 동유럽 중동 중남미 등 개도권 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LCD, 자동차, 휴대폰 등 6대 주력 품목의 비중이 높아 대내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차세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중국의 비상에 대비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