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이모씨는 지난 2년간 11차례나 해외를 드나들었다. 사위 명의로 리스보증금 930만원을 지급하고 렉서스 등 외제차량 2대를 모는 등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기 명의의 재산이 없다며 2009년부터 재산세와 주민세 등 지방세 3억여원을 서울시에 체납 중이다.

서울 화곡동에 사는 박모씨는 2004년부터 밀린 주민세 등 지방세 4700만원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운영했던 사업체 부도로 세금을 낼 처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아들 명의의 전용 135㎥(48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기사가 딸린 배기량 3500㏄ 급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처럼 숨겨둔 재산이 있으면서 2년 이상 3000만원이 넘는 지방세를 내지 않은 악덕체납자를 포함, 상습 체납자 4645명의 명단을 시 홈페이지(www.seoul.go.kr)와 시보를 통해 12일 공개했다. 공개 기준이 체납액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조정되면서 명단이 발표된 체납자 수는 지난해(1227명)보다 3148명 늘었다.

공개 대상자의 1인당 평균 체납액은 1억5000만원, 총 체납액은 7051억원이었다. 개인 체납자 수는 3160명(체납액 4004억원), 법인 체납자는 1485명(체납액 3047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최고 체납자는 ‘룩엣에스’라는 유통업체를 경영했던 이남종 씨(50)로 체납액은 39억9800만원이다. 이씨는 최근까지 서울 성북동에 살다 세금추징을 피하기 위해 주소지를 말소한 채 행방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체납액 2위는 양재동에 사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73)으로 액수는 35억8500만원이다. 최고 체납 법인은 다단계 판매회사인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55)이 대표로 등록된 제이유개발로 체납액은 95억800만원에 달했다.

서강석 서울시 재무국장은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은닉한 고의적인 체납자에 대해서는 명단 공개는 물론 대여금고 압류, 압류 동산 직접공매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끝까지 세금을 징수하겠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날 관보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3000만원 이상 지방세 체납자의 이름과 나이, 주소 등을 동시에 공개했다.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지방세 상습 체납자 수는 총 1만1822명이며 체납액은 1조5318억원이었다. 각 지자체는 지방세 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 6개월간 소명 기회를 준 뒤 명단 공개자를 확정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