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청년리포트 - 청년에게 말한다 (8) 진념 前 경제부총리

미래는 스스로 만드는 것
차별화된 가치·경쟁력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을

'나가수'와 '나꼼수'의 시대
열정 있지만 과열경쟁 부작용, 쾌감 주지만 무책임한 측면도
"우리 젊을 땐 SK도 中企…역량 쏟아붓기엔 대기업보다 낫다"

30대 국장과 40대 차관을 거쳐 장관을 무려 다섯 번이나 했다. ‘직업이 장관’으로 불렸던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71·현 삼정KPMG 고문). 그가 이번에는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멘토로 직접 나섰다.

현재 서강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가 청년들과 어울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경제신문 로비 카페에서 처음 만난 5명의 대학생들과 생맥주와 피자 등을 나누며 편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이끌었다.
진 전 부총리는 청년실업은 과거에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 진로를 잘 선택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면 이겨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이나 성별 등의 차별 역시 본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 전 부총리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살게 된다”며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신의 장점과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젊을 땐 SK도 中企…역량 쏟아붓기엔 대기업보다 낫다"

▶김재희=요즘에는 개천에서 용이 안 나온다고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집안 여건이나 배경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진념=저는 학군사관(ROTC) 1기인데 연좌제 때문에 임관을 못했습니다. 집안 형이 6·25전쟁 때 월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 4학년 때 고등고시를 준비했는데 그해 9월에 합격했습니다. 저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모두들 처지가 비슷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일자리도 인맥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압축 성장을 하면서 새로운 계층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가령 대학 입학사정관이나 기업체 면접관이 정말 객관적인 판정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강수진=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진념=공정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실제 만드는 것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그렇게 많이 팔렸지만 사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당장 해결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틈을 타서 이런저런 내용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우리 사회에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해결하는 것이 항상 동시에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포퓰리즘으로는 올바른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합니다.

▶박강준=현실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과거와 지금의 취업여건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진념=제가 대학을 졸업할 때는 삼성전자나 현대건설이 없었습니다. 대우그룹도 없었어요. 그때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자리 자체가 부족했지요. 대부분 못 살던 시기였기 때문에 직장을 갖는 것만으로 최고로 행복하다고 생각했었죠. 또 그때만 해도 식구가 많았습니다. 저도 5남6녀 중 4남이었습니다.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공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은 부모 세대보다 분명 나아진 점이 있습니다. 일자리도 다양하고 노력하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요.

▶강수진=그래도 그때는 지금과 같은 상대적 박탈감은 없었을 것 같은데요.

▶진념=일차적으로 TV 등 미디어가 주는 폐해가 크다고 봅니다. 특히 막장 드라마가 문제입니다. 시청률 경쟁 때문이겠지만 재벌 2, 3세들은 적당히 살아도 해외유학을 다녀와서 새파란 나이에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합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박탈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김재희=언론은 저희들에게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끼리는 취업재수를 해서라도 반드시 대기업에 가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진념=제가 젊었을 때는 SK도 선경으로 불리는 중소기업이었습니다. 그때 제 대학 친구들이 입사해서 오늘날의 SK를 만들었습니다. 중소기업으로 가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반대로 대기업에 가도 자기 역할이 기대한 것보다 작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좋을 게 없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역량으로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만 못합니다.

▶이유진=요즘 젊은들이 열광하는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터 ‘나는 꼼수다’의 약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진념=직접 듣지는 않았지만 신문 기사를 읽어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나가수’(방송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약자)와 ‘나꼼수’가 혼재된 사회입니다.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만 지나친 경쟁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또 자유분방한 나꼼수는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지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나꼼수는 분명히 파괴력이 큰 언론입니다. 거기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종합적으로 우리 사회는 나가수와 나꼼수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최은혜=반값 등록금이 이슈가 됐는데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너무 많이 받습니다. 빚을 지고 사회로 나가는데 취업을 못하면 정말 힘들게 됩니다.

▶진념=우선 대학의 재정 운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일부 사학재단 이사장이 저지른 횡령 등의 범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됩니다. 대학 재정의 건전화만 이뤄져도 등록금을 많이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획일적으로 등록금을 줄이는 건 반대입니다. 등록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누군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내 자식은 다 내 돈으로 키웠는데 이제 와서 왜 남의 자식 등록금까지 내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사람들을 야박하다고만 몰아칠 수는 없어요. 조세부담률도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 정도인데 복지가 잘 돼 있다는 유럽 국가들은 보통 30%가 넘습니다.

▶김재희=마지막으로 저희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진념=청년 시절은 아름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본인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자기 미래는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자신을 차별화시키고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길이 최선입니다.

◆ 진념 前 부총리는

1940년 전북 부안 출생으로 전주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4년 재학 중인 1962년 제14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196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사무관 시절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브리핑할 기회를 얻은 뒤 “저렇게 똑똑한 공무원은 처음 봤다”는 칭찬을 들었다. 1988~91년 해운항만청장, 경제기획원 차관과 1991~93년 동력자원부 장관, 1996~97년 노동부 장관, 1997년 기아그룹 회장을 맡았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 2001년 재경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3대 정권에서 한 번의 부총리와 다섯 번의 장관을 역임해 ‘직업이 장관’이란 별명을 얻었다.

서욱진/김주완 기자 ventur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