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反美로 무엇을 얻으려는가
미국은 세계 경제의 23%를 차지하고 세계 국방비의 절반가량을 지출하는 경제 대국이자 군사 패권국이다. 싫든 좋든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미군이 주둔해 있는 지역을 침략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반대하는 집단들의 저항이 거세다. 현 정부 들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한 이명박 대통령을 뼛속까지 친미주의자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미 FTA 비준안에 서명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생존마저 미국에 팔아먹었다는 험악한 문구도 눈에 띈다.

그들은 아직도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푸들이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외교란 무엇인가? 자국민의 안전을 기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외교의 근본이 아닌가?

한·중·일의 역사는 침략과 방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한반도에 6·25 전쟁 이후 전란이 없었던 것은 주한 미군을 빼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처럼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도 미국을 빼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덕에 대한민국은 생존을 보존하고 지금은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더구나 굴기하여 계속 덩치가 커지고 있는 불편한 중국, 아직도 굳건한 강국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정립(鼎立)해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원거리 강대국인 미국은 분명 원군이다. 없어진 뒤 그 가치를 안다면 때는 이미 늦다.

미국이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이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어찌 다른 나라들을 위한 것이냐는 반론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개인 간 거래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 기본일진대, 하물며 국가 간 관계에서 자국의 이익을 따지지 않는 바보 같은 나라가 과연 이 지구상에 있을까?

그래서 한 가지가 의문이다.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이 반미로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한·EU FTA에는 침묵하던 그대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그토록 크게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겉으로는 반미를 외치면서 자녀들은 미국 유학을 보내는 등 미국의 강점(强點)을 최대한 활용하는 그대들의 속살은 과연 무슨 색깔인가?

자유무역으로 양국이 이익을 얻고 국부(國富)가 커지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물론 국내 산업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미국에 비해 비교열위에 처한 산업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비교우위나 비교열위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업을 개방해서 농민들이 더 가난해졌는가?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고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미리부터 열패감에 빠질 이유는 없다. FTA로 입을 피해를 보상하라고 하지만, 사실 피해는 지금까지 보호무역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입고 있었다.

FTA는 이를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당면하는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환경은 넘어야 할 산이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재분배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FTA를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정녕 되지 못한다.

워싱턴 광장 한 편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요즈음 이 기념비에 쓰인 글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씁쓸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우리나라(미국)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대한민국)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대한민국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한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 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