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외환은행 당분간 독립경영 하겠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4일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당분간 지주사 밑에 2개 은행을 유지하는 ‘더블 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홍콩에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귀국한 직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은행의 평판과 가치를 존중해 독립 경영을 보장하고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김 회장은 “아직까지 금융 인재가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은행 직원들이 지금까지 쌓아 놓은 업적이나 국제적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중복 점포도 30~40개에 불과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은행이 합쳤을 때 14개 금융서비스 부분 중 1~3위 안에 드는 부분이 9개에 달했다”며 “하나금융은 전통적으로 출신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성공적으로 조직이 융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일본 미즈호금융그룹 등 외국 사례를 연구해 두 은행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다. 미즈호그룹은 2000년 다이이치간교은행(DKB) 후지은행 니혼고쿄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거대 금융그룹이다. 이들 세 은행은 미즈호라는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지만 법인체는 독립돼 있다.

◆“외환은행 가장 싸게 샀다”

김 회장은 “거래가 깨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온 힘을 다해 깎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가격을 장부가치 대비 주가로 계산한 주당순자산가치(BVPS)로 보면 0.98배”라며 “역대 외환은행 인수·합병(M&A) 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005년 국민은행이 인수하려고 했던 가격은 주당 1만5200원으로 주당 BVPS가 1.73배에 달했고 2008년 HSBC는 주당 1만8045원으로 주당 장부가 1.83배에 인수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51.02%(3억2904만주)를 3조9157억원(주당 1만1900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김 회장은 또 다른 국내 사모펀드 투자수익률과 비교하면 론스타의 투자수익률이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브리지캐피털과 칼라일의 경우 2000년 초반 국내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률이 각각 26.7%, 33.7%이지만 론스타는 22.8%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회공헌에 1000억원 이상 사용

김 회장은 “론스타와 협상을 통해 기존 계약 대비 인하한 총 5561억원 중 법적 기부금 한도 내에서 1000억원 이상을 사회공헌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공헌은 등록금 문제로 고민이 많은 대학생과 저소득층 중·고등학생을 위해 쓸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하나금융이 대학생을 지원하면 대학생들이 저소득층에 튜터링을 해주는 ‘드림소사이어티재단’을 따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5일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