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가 올해 두 번째로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산업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원자재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원가 압박이 심해진 데다, 이번에 주요 산업체가 쓰는 산업용 고압 전기요금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측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서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선진국들이 산업용 전기를 필수 생산요소로 여겨 주택용보다 낮은 요금을 책정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비싸다"며 "특히 2000년 이후 11차례의 전기요금 조정으로 평균 26.6%가 인상됐는데, 이 가운데 산업용은 51.2%나 올라 배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 관계자도 "산업용 요금 중에서도 대기업이 쓰는 고압 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이미 주택용을 넘어섰는데 또다시 대기업의 요금을 가장 많이 올려 원가부담이 더욱 늘게 됐다"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올라간다고 해서 공장 가동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산업계는 에너지 효율화와 비생산 부문 전력 절감에 더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자세다.

삼성전자는 5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에너지 절감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서초사옥 등 모든 사업장의 사무용 건물에서 정부가이드에 따라 난방 온도를 20도 이하로 조절하고 승강기 운행 부분제한, 온수 공급량 조정 등으로 일평균 전력 사용량을 기존보다 10% 이상 줄일 계획이다.

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와 그린시티(광주사업장) 등도 에너지절감 목표치를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로 정해 실내 온도 낮추기, LNG 보일러 난방공급 확대 등을 추진한다.

LG전자는 전 사업장에서 사무실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사무동 난방을 제어하고, 공조설비 가동도 탄력적으로 제어해 추가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창원사업장은 창원시 소각장에서 나오는 폐열스팀을 난방에 활용하고 총 40명의 '에너지 감시단'을 통해 사업장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누수를 방지하며 구미사업장에서는 중식 및 퇴근 1시간 전에 난방기를 끈다.

생산라인에서도 온도를 적정온도 이하로 유지하고 전력 피크 시 자체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수급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역시 대규모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구성된 생산방식이라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비생산 부문의 전력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는 고효율 램프로 교체하고 임직원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상 및 지하 주차장을 주간 50%, 야간 및 휴일 90% 절전한다.

공장별로는 식사 및 교대시간 중 가동이 불필요한 설비의 가동 정지, 사무실 조명 공장 주변 조명 축소 운영 등은 물론이고, 에너지절감 태스크포스를 통해 절감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 다소비 업종인 철강업계도 동절기 피크시간 대 10% 절감 의무가 부과된 데 이어 요금까지 인상되자 더욱 부담이 커지게 됐다.

포스코는 액화천연가스(LNG) 및 부생가스발전 등 자가발전을 최대한 높이고 원가절감 활동을 통해 추가 전기료 부담을 최대한 흡수할 방침이다.

본사 직원에게 동절기 내복 입기, 4층 내외 층간 이동 시 계단 이용, 사무실 내 개인별 난방기구 사용 금지, 야간근무와 휴일근무 시 개별 조명 스탠드 이용 등 에너지 절감 실천을 권장하고 있다.

또 사무실 통로의 조명을 일부 소등하고 야간에는 사무실 조명을 강제 소등하는 한편, 연말연시 포스코센터 외부에 점등하던 경관조명도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에너지 다량 소비 업종인 정유업계도 기본 설비에 들어가는 전기 공급을 줄일 수는 없어 공정효율화 등을 통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SK에너지는 공정효율화, 폐열스팀 도입 등 기존에 추진한 에너지 절감대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GS칼텍스도 난방이나 사무실 전등 등 기본 설비 외 다른 부문에서 전기를 아끼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