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 再제조 산업이 뜬다
30일 찾은 대전광역시에 있는 차 부품 재(再)제조업체 ‘마이스터’ . 이 회사 공장 입구에는 녹이 슬거나 곰팡이·기름때가 엉겨붙은 차 부품들이 케이스에 담겨 수북이 쌓여있었다. 폐차장이나 차 부품 유통상 등에서 수거한 부품들이다. 관리를 담당하는 이용준 과장은 “지금은 다시 못 쓸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고 나면 새 부품처럼 다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부품들 중 노화나 부식 정도가 심하거나 외관이 깨진 것을 골라내고 남은 부품을 선별·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부품들에는 수거한 상점, 일자, 브랜드, 차종 등 상세한 이력서 꼬리표가 붙었고, 곧 세척을 위해 낱낱이 분해됐다.유기용제와 함께 고온·고압으로 세척하는 기기에 부품들이 들어갔다 나오자 외관의 기름때와 녹이 깨끗이 쓸려 나갔다.손상됐던 알루미늄 부품들은 쇼트기(작은 금속공을 분사해 표면을 깎는 기기) 작업을 거쳐 반들반들한 표면을 되찾았다.이 과장은 “브랜드별 부품 고유의 색을 도장하고 금속 부품에는 다시 도금 처리를 한다”며 “분해한 부품들을 원 상태로 재조립한 후 품질 테스트 등을 거치면 최종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나온 부품들은 신품과 성능이 거의 동등하지만 가격은 신품의 40~70% 수준에 팔린다.카센터 등에서 순정품이라면서 대충 겉만 닦아 파는 재생품과는 다르다. 폐부품들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자원 재순환과 에너지 절감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장점이다.예컨대 재제조된 교류 발전기 하나를 쓰면 신품 대비 생산시 에너지 사용은 86% 줄고, 14㎏의 탄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200여개의 재제조 부품 전문점이 있다.차량 정비소 등 소규모 판매점을 합치면 전국 7000여 매장에 재제조 부품이 유통되며 전체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수준.연간 1000억달러 규모 이상의 시장이 형성된 미국 등 재제조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재제조 부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조업체와 유통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도 최근 재제조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올초부터 자동차 재제조 부품 사용시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법안을 마련했다. 지난 10월에는 폐차 부품의 재활용률을 95%까지 늘리기 위해 자동차 업계와 ‘자원순환체계 선진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도 체결했다.김윤도 마이스터 상무는 “보험료 할인제도를 활성화하고 인증제도, 품질등급제 등을 정착시킨다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