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서 가로등과 가로등 기둥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에이컴조명은 공장 이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3년까지 확장하는 국가지원지방도로 98호선에 공장 땅이 편입될 예정인데도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로 같은 규모의 공장을 광주시 인근에 지어 이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이 회사 지정철 대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사업에 땅이 수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새 공장을 인근 지역에 지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그 문제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공무원들은 지방으로 가면 될 것 아니냐고 하는데 생활 근거지가 모두 이곳에 있는 38명의 직원을 생각하면 힘든 얘기”라고 말했다. “개별 공장이 어려우면 10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미니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규제 전봇대가 여전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1월18일 “선박 블록을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커브길 옆 전봇대 때문에 제대로 운행할 수 없다는 목포 대불공단 입주 기업들의 애로를 지자체와 정부가 몇 달째 묵살했다”며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식 업무 처리를 강도 높게 질타하고 전국의 규제 전봇대를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수도권 규제와 토지 이용 규제를 일부 개선하고 창업과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려는 노력에도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 정책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노는 관행 등으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불편과 애로는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규제 민원을 제기하면 ‘감사 때 문제가 될 소지는 피해야 한다’는 식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면피성 행정도 여전하다는 비판이 많다.

대우강건 현대프라스틱 한솔인터내셔널 성도케미칼 등 경기 광주시 초월읍과 곤지암읍의 9개 중소기업도 에이컴조명과 같은 공장 이전을 둘러싼 고민을 안고 있다. 제2영동고속도로와 국지도 98호선 공사에 공장 부지가 편입돼 인근 지역으로 공장 이전이 당면 과제이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 환경정책기본법,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 등의 규제에 막혀 속만 태울 뿐이다.

"산업단지를 만들어 주든지…"

이들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운영하는 민·관 합동 규제개혁추진단에 공공사업 때문에 이전이 불가피한 공장은 동일 업종과 규모를 조건으로 수도권 이전이 가능하도록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해줄 것을 건의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앞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등과의 협의에서 ‘수용 불가’ 판정이 나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경기 광주시청 담당자는 “사정이 딱하지만 공장이 도로용지로 수용되는 에이컴조명 등 10개 중소기업의 수도권 공장 이전을 지원할 방도가 광주시에는 없다”며 “중앙정부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 동탄2신도시를 건설할 때 공장 부지를 수용당한 기업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화성동탄 일반산업단지를 조성, 공장 이전을 지원한 전례가 있지만 에이컴조명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이런 지원을 받기 어렵다. 규모가 작은 개별 기업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어려운 데다 공공사업으로 수도권 공장을 수용했을 때 사업장 이전을 지원할 규정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