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갤럭시 탭을 비롯한 다양한 태블릿 컴퓨터(PC)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태블릿 PC의 등장과 함께 어떤 분야가 성장할 것이고, 어떤 분야가 위협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분석과 예측이 분분합니다. 사실 어떤 분야의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다른 제품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디지털 제품들은 과거의 아날로그 제품들에 비해 서로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서로 중첩되는 측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기기들 간 기능적인 중첩을 소비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휴대폰 기능 얼마나 사용할까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보는 것은 요즘 웬만한 디지털기기라면 대부분 공유하는 기능들입니다. 과연 소비자들은 하나의 디지털기기에 들어 있는 그 수많은 기능들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휴대폰의 경우 음성통화는 물론이고 카메라, MP3, TV, 전자사전, 전자수첩 등 수없이 많은 기능들이 모두 다 들어 있는 디지털기기의 대표적 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서치자료를 통해 본 소비자들은 이런 수많은 기능을 대부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음성통화와 문자 송·수신을 핵심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의 소비자들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디지털기기 경쟁력은 콘텐츠·가격이 좌우
#MP3 vs PMP

또 다른 기기인 MP3와 PMP의 경우는 어떨까요. PMP의 경우에는 동영상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등장한 디지털기기입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외형도 MP3에 비해 훨씬 큰 형태로 시작하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출시되는 PMP는 예전에 비해 더 작고 가벼워졌으며, 디자인 측면에서도 예뻐졌습니다. MP3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위협이 되는 것이죠. 기능상으로도 상당한 중첩이 있어서 MP3의 기능 대부분이 PMP에서 가능합니다. 그래서 PMP가 처음 나왔을 때 MP3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 두 가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해봤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PMP의 경우 학습용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반면 MP3는 음악 감상용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의 가격대를 고려해보면 소비자들에게 MP3는 ‘음악 감상 전용의 액세서리’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능적으로는 중첩이 있더라도 MP3와 PMP를 활용하는 방법에 있어 소비자들이 다르게 포지셔닝하고 있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 기능적 중첩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향후 재구매 의향에 있어서도 기능상 우위에 있는 PMP보다는 MP3가 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넷북 vs 데스크톱

넷북과 데스크톱의 사례는 어떨까요. 넷북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이동성이 좋은 제품으로 포지셔닝 돼있기 때문에 이동이 잦은 직장이나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또 넷북 시장이 커지면 기존 포화상태에 있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전문가들의 예상이 빗나간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넷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은 ‘집’이었습니다. 게다가 넷북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조사 결과로만 보면 넷북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넷북은 분명히 기능적으로 노트북이나 데스크톱과 중첩돼 있지만, 소비자들은 ‘나름대로의 필요’와 ‘나름대로의 용도’를 만든 것입니다.

#아이패드 vs 전자책 단말기

소비자들이 기능적으로는 중첩되는 디지털기기들을 자신만의 용도로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면, 아이패드처럼 처음부터 용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디지털기기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몇 가지 자료를 통해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가 출시됐을 때 넷북과 전자책 단말기와 비교 분석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몇 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놓고 좀 색다르게 조사를 진행해봤습니다. 넷북, 전자책단말기, 아이패드 중에서 두 개를 고르는 보기를 선택하게 한 것이죠.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기능상 중첩인 것’은 배제하게 될 것이고 ‘차별적이라고 생각되는 것’ 두 개를 고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의 소비자들은 ‘넷북+아이패드’ 세트를 선택했습니다. 즉 소비자들은 아이패드를 전자책 단말기와 기능적으로 상당히 중첩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넷북은 보완재로 생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은 사용 용도에 있다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움에 즉각 반응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의 특성은 1년 이상 지속되지 않습니다. 제품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용도가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럭비공 같은 사용 용도를 고려해 볼 때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의 향후 경쟁력은 ‘사용용도를 결정하는 콘텐츠’에 있습니다. 반면 사용용도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전자책 단말기의 경우에는 얼마나 많은 책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가와 단말기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아이패드 출시 이후에 위협을 느낀 아마존의 ‘킨들’이라는 전자책 단말기는 다수의 책 콘텐츠를 더욱 늘리고 단말기 가격을 399달러에서 259달러로, 다시 199달러에서 139달러까지 계속 낮춰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디지털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은 비즈니스에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을까요.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추세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넣고 싶겠지만 소비자들은 핵심기능만을 중심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이버전스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 시사점입니다. 물론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을 소비자들이 거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쓰지 않는 많은 기능을 넣고 높은 가격을 매기는 전략보다는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을 유심히 관찰해 심플하고 핵심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한 저렴한 제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더욱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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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환 트렌드모니터 콘텐츠 사업부장 dhyoon@trendmonitor.co.kr

△고려대 심리학과 학사·석사·박사 △엠브레인 리서치 사업부 팀장 △저서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공저)’ ‘Catch up:2011년 소비자코드 따라잡기(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