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EFSF 법안 14일 가결 합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안의 의회 처리를 부결시켜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슬로바키아 정치권이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슬로바키아 여야가 긴급 회동을 갖고,재투표를 통해 유럽기금 확충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이다. 전날 의회 표결 부결로 유럽의 재정위기 대응노력에 제동이 걸리고,자구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간 데 따른 글로벌 시장의 우려와 비판이 커지자 황급히 봉합에 나선 것이다.

◆유로존 일단 안도

독일 일간 디벨트는 12일 "슬로바키아 여야 정치권이 유럽기금 확충안을 승인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베타 라디코바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날 주요 정당 대표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확충안 재표결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제1야당인 스메르당의 로베르트 피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2차 투표가 늦어도 금요일인 14일엔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차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스메르당의 의석 수가 69석에 불과한 만큼 2차 투표에서 확충안 통과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날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10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진행된 기금확충안은 과반(76표)에 크게 못 미치는 55표의 찬성표를 얻는데 그쳐 부결됐었다. 유럽기금 확충안은 유로존 17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돼야 집행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자칫 깊은 수렁에 빠질 뻔했던 유로존의 자구노력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달 23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유럽기금 확충안을 비롯한 위기대응 방안이 계획대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향후 전망을 낙관했다.

슬로바키아 의회가 이번주 중 처리키로 한 기금 확충안은 대출 규모를 2500억유로에서 4400억유로로 키울 뿐 아니라 보증 규모도 4400억유로에서 7800억유로로 늘리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기금이 직접 유로존 국채를 매입하고 △재정위기국에 대한 직접대출 △은행자본 확충 등을 수월토록 해 위기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토록 했다.

◆은행자본 확충도 탄력

우여곡절 끝에 유럽기금 확충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이면서 유럽 각국이 추진 중이던 은행자본 확충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유럽기금의 대출여력이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기금 중 3000억유로를 은행자본 확충과 국채 매입에 쓴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은행자본 확충을 위한 분위기 조성도 무르익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은행청(EBA)이 실시한 추가 스트레스테스트(재정 건전성 평가)에서 48개 은행이 불합격했다"고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1일 산탄데르등 스페인 주요 10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피치는 인테사산파올로 등 이탈리아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대거 낮추는 등 유럽 은행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유로존 공동으로 국채를 발행하자는 유로본드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버려진 카드로 여겨졌던 유로본드 발행이 유럽기금 확충이 난항을 겪으면서 '좀 더 정교하고,안전한 형태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며 "재정건전국의 경우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60%까지만 유로본드로 발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각국 정부는 민간부문의 고통분담 수준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최근 "그리스 국채상각(부채 탕감) 비율을 6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고 △유럽공동의 재정기구를 출범하며 △유럽통화기금(EMF)을 조성하는 것도 장기적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동욱/전설리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