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브랜드나 성능 혹은 애프터서비스 등 여러 가지의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단연코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다.

탁월한 디자인의 차가 잘 팔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더 나아가 디자인이 자동차뿐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살리는 경우도 있다. 비근한 예가 바로 기아자동차의 사례다. 기아차는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수석 부사장으로 앉히고는 '디자인 기아'를 모토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작했다. K시리즈를 포함해 최근 선보이는 기아의 차들을 보자면,과거에 비해 그야말로 혁신과 일취월장,괄목상대라 할 수 있다. 현재 기아가 승승장구하는 것이 디자인 영향이라는 것을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다.

반면 경쟁사들의 화려한 변신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자신들만의 디자인 전통을 지켜나가던 브랜드도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랜드로버라 할 수 있는데 '격식'과 '품위'를 내세우며 최신 트랜드를 맹목적으로 좇지 않는다고 자평한다.

제2차 세계대전 사륜구동 다목적 군용차를 만들기 시작한 랜드로버사는 지금까지도 정통 SUV의 혈통을 그대로 잇고 있다. 레인지로버와 디펜더,디스커버리 등 대표적인 모델들은 수십년간 몇 세대를 거치며 진화했지만,정작 디자인만큼은 과거와 현재가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들 만큼 직선과 수평,수직이 강조되는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작년 파리 모터쇼의 랜드로버 부스에서는 매우 쇼킹한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과연 랜드로버의 차량이 맞나'라고 의문이 들 정도였던 이 차의 이름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랜드로버에서 모처럼 선보인 신차인 이보크는 기존의 랜드로버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철학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조금은 둔탁하면서도 육중하고,각지고,남성스러운 터프한 이미지의 모델들이었다면 이보크는 날렵하면서도 날카롭고 세련된 선을 바탕으로 한 섹시한 이미지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통 SUV만 생산하던 랜드로버에서 크로스오버를 표방한다는 것 자체가 랜드로버에 있어서 파격적인 셈인데,더 나아가 첫 번째로 3도어 쿠페 디자인의 모델을 발표함으로써 단순히 '쿠페 라이크'가 아닌 쿠페 SUV라는 새로운 자동차 세그먼트까지 만들어냈다.

특히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이 럭셔리 제품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안목을 살려 직접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것도 화제가 됐다. 랜드로버가 줄 수 있는 믿음에 파격적인 제품 디자인까지 합쳐진 이보크는 올 7월 출시 전부터 1만8000대 이상의 선주문이 몰리며,인기를 절감케 했다. 국내에서도 11월 즈음에 공식 론칭을 통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수입차 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