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이 휘청거리면서 세계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0)' 상황에 처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했다는 공포 속에 금융시장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투자 및 기업경영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미국 부동산,금융,기업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투자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놔 눈길을 끈다.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 기축통화로 군림해온 달러의 몰락에 베팅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는 임대보증금을 현금 대신 금으로 받기 시작했다. 그는 맨해튼 금융구역 내 사무실을 임대하면서 17만6000달러의 보증금 대신 96온스짜리 금괴를 받기로 했다.

트럼프는 "슬프게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가치를 지켜주지 못할 것 같다"며 "다른 부동산 임대업자들도 점차 현금 대신 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달러를 찍어 시중에 공급함에 따라 앞으로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월가의 족집게'로 통하는 저명한 애널리스트 메러디스 휘트니는 "믿을 수 없는 투자기회(incredible opportunities)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CNBC와 인스티튜셔널인베스터가 공동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훌륭한 기업들이 끔찍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3년반 만에 처음으로 펀더멘털에 따라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저평가된 종목이 널려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나 대형 은행주와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휘트니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금융업종에 대한 공격적인 매도 의견을 제시해 '스타 애널리스트'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기업인 중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나섰다. 그는 "머니게임보다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상장을 통해 떼돈을 벌기보다 '헝그리 정신'으로 경쟁력 높은 상품을 만들 시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페이스북이 올해 말로 예상됐던 기업공개(IPO)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저커버그의 발언을 전했다. 저커버그가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IPO 시점을 늦췄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구글의 전례를 따라야 한다"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피터 티엘의 분석도 덧붙였다. 1998년 설립된 구글은 조기 상장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서비스 개발에 집중,세계 검색시장을 장악한 후 2004년 상장해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