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을 향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업종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 걸쳐 특허분쟁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최대 격전지는 전자업계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벌인 특허소송만 100여건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부터 삼성전자가 애플이 제기한 휴대폰 · 태블릿PC 특허침해 소송을 놓고 9개국에서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 판매 금지를 둘러싼 가처분소송 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선 어느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 6월에는 독일 오스람이 삼성전자,삼성LED,LG전자,LG이노텍을 상대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도 일본 소니와 작년 말부터 휴대폰 특허분쟁을 벌이다가 지난달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으며 일단락지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분쟁은 총 33건으로 이 가운데 22건(67%)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부터 미국 특허관리업체 오리온IP로부터 3400만달러 규모의 특허침해 소송 공세에 시달렸다. 현대차는 1심에서 패했다가 작년 5월 2심에서 승소했다.

석유 · 화학업종에서도 SKC가 2008년 일본 도레이로부터 반사필름 제조 방식과 관련한 특허침해를 이유로 제소당했고 SK이노베이션도 2004년 일본 도넨으로부터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특허 소송을 당했다.

글로벌 특허분쟁의 특징은 소송전에서 패하면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데 있다. 특허소송에서 지는 쪽은 천문학적인 대가를 상대방에게 지급해야 한다. 2000년부터 미국 램버스와 국내 기업들이 벌인 D램 특허분쟁이 대표적이다. 10년 넘게 지속된 소송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삼성전자는 작년 초 램버스에 2015년까지 7억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미국 특허관리업체 인터디지털은 한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인터디지털은 2002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통신특허 사용에 따른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태명/전예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