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영국에서는 20대 청년이 경찰 검문 과정에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주요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방화, 상점 약탈 등으로 충격을 준 이 폭동의 배경엔 영국의 긴축재정에 따른 사회복지비 삭감과 청년실업 등 경제ㆍ사회적 불만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 전 지역으로 번진 민주화 시위는 한 노점상 청년의 분신에서 비롯됐다.

23년 철권통치의 종지부를 찍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민주화 운동으로 명명됐지만 튀니지 국민이 바란 것은 '장미'보다는 '빵'이었다.

중국에서 파업, 항의, 건물 점령 등 대중 집회는 1993년 8천700건에서 2005년 8만7천건으로 10여년 사이 10배나 증가했다.

중국 내 시위 증가는 빈부ㆍ도농 간 격차 심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중국의 개혁개방 직전 0.21~0.27에서 최근 0.5에 육박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어서면 사회불안을 초래할 정도로 소득분배가 불균등함을 뜻한다.

기획재정부는 4일 '세계적 양극화 현상 및 시사점'이란 자료에서 최근 양극화 현상을 ▲전 세계적이고 ▲경기순환으로 해소되지 않으며 ▲개인, 산업, 국가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한편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선진ㆍ신흥국 간 양극화 양상은 다르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은 점차 양극화가 심화되는 반면 신흥국은 비록 경제성장에 따른 상류층과 극빈층의 빈부격차는 증대하나 중산층 규모가 확대되면서 소득불평등 정도는 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선진국에서 1970년대 이후 양극화가 진전된 데엔 무역자유화, 기술진보, 자본자유화, 고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무역자유화로 개발도상국의 노동집약적 상품이 들어오면서 선진국 내 단순 노동과 숙력 노동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또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국경간 거래가 확대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산업간 양극화가 발생했다.

아울러 1990년 중반 이후 IT(정보기술) 혁명이 발생함에 따라 계층간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생겨나는 한편 선진국 내 자본자유화로 높아진 자본 유동성이 자산 버블 등을 통해 자산 소유자와 비(非) 자산 소유자 시이에 양극화를 초래했다.

반면 신흥국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산층의 비중이 크게 확대돼 이같은 양극화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의 중산층 인구는 G7(주요 7개국) 전체 인구(7억명)보다 많은 8억명으로 추산하면서 2020년엔 16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불평등의 정도가 높았던 중남미의 경우 정부의 중산층 육성 정책이 한몫했다.

브라질은 룰라 정부 시절 저소득층 5천만명을 대상으로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를 시행했다.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한편 이들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칠레 정부는 '경제사회 안정기금(Economic and Social Stabilization Fund)'을 조성해 경제성장과 빈곤층 구제를 위한 노력을 펼쳤다.

중국은 지난 2002년 따뜻하고 배부르게 먹고사는 '원바오(溫飽) 문제'를 해결한 기초 위에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샤오캉 사회는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목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뜻하는 것으로, 이는 중국 사회가 덩샤오핑(登小平)의 '선부론(先富論; 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에서 분배를 강조한 '균부론(均富論)'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정부는 선진국은 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산층 감소에 대비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개도국은 중산층 육성을 통한 내수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일자리 창출이 지속 가능한 복지와 중산층 육성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중간계층의 일자리 확충,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을 통해 중산층 확대 기반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또 "시장 원리를 존중하되 사회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