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적 기업의 공식적인 시작은 2007년 10월 '아름다운가게'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1호로 인증받으면서부터다. 정부는 그 해 사회적 기업의 설립·운영을 지원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아름다운가게를 포함한 36개 기업을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했다. 이후 사회적 기업은 매년 급증해 2011년 8월 현재 555개가 활동 중이다. 만 4년이 채 안된 사이 수적으로 15배 넘게 증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은 1500개 이상으로,이를 포함하면 200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생겼다. 사회적 기업들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1만5000개,예비 사회적 기업을 포함하면 4만~5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가장 많이 자리잡은 지역은 서울이다. 모두 125개로 전체의 2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경기지역 99개(17.8%),인천과 강원지역 각각 33개(5.9%)로 뒤를 잇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 수는 모두 257개(45.2%)로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부산과 대구도 각각 29개(5.2%)와 28개(5.0%)로 다른 지방 대도시보다 많은 편이나 수도권에 비해서는 적다.

기업 유형별로는 저소득층 등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형'기업이 330곳(59.5%)으로 절대 다수다. 새터민(탈북자)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SK에너지와 열매나눔재단이 협력해 만든 '메자닌아이팩',건물 위생관리와 특수 청소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함께 일하는 세상' 등이 대표적이다.

농촌에 필요한 교육 인력을 배치하는 '충남교육연구소'와 노인,장애인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휴먼케어' 등을 포함하는 '사회서비스 제공형'은 46곳(8.3%)이다. 일자리와 사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혼합형 사회적 기업'은 95곳(17.1%)이다.

◆대기업 앞다퉈 사회적 기업 지원

국내 대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설립과 운영 지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처음엔 지자체들이 사회적 기업 육성을 주도했으나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의 참여가 늘면서 기업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삼성은 성균관대,경기도와 함께 '사회적 기업가 양성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앞으로 3년간 공부방,다문화가정,장애인 등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기업 7곳을 신설하기로 했다. 삼성이 투자한 '글로벌투게더음성'은 바리스타,요양사 등의 취업 및 창업 교육에 힘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까지 사회적기업을 통해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연간 2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 육성기금'을 조성했다. 작년 8월 경기도와 함께 설립한 재활기구 제작회사 '이지무브'는 지금까지 8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LG그룹은 1996년 50억원을 출연해 만든 장애인 자립형 복지 공장인 '보람동산'을 충북도에 기부채납한 것을 비롯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지 못한 예비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성장지원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7일 그룹 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체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화하기로 하는 등 사회적 기업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 '행복한 농원' 등 그룹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7곳을 포함,69곳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는 포스위드,포스에코하우징,포스플레이트,송도SE 등 4곳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MRO사업에서 이윤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선진국에 비해선 이제 시작단계

국내 사회적 기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절대적인 숫자가 선진국에 비해 적고 확실한 성공사례도 드물다.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현황 및 육성정책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7%에 해당하는 171만1276개의 일자리를 사회적 기업을 통해 만들어냈다. 프랑스는 198만5150개,이탈리아는 133만6413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4만~5만개 수준의 일자리를 만든 한국과는 비교가 안된다.

정부는 사회적 기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작년 말 사회적 기업의 육성과 진흥에 관한 업무를 집중 담당할 기관으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을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기업 만능주의에 빠져서도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기업도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꾸준히 성장해야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