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3일 "여성 인력이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말한 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장 삼성에선 올 연말 정기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여성 직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기업의 '별'인 임원 타이틀을 다는 여성 인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룹별 여성 임원 수는 삼성이 26명으로 가장 많고 LG 14명,SK 8명,현대자동차 5명,포스코와 롯데 각 1명 등이다.

삼성에선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50)이 최고위직이다. 2007년 공채 출신 첫 여성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09년엔 첫 여성 부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1984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삼성전자 풀무원 동서식품 등 수많은 기업의 광고 캠페인을 담당한 국가대표급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삼성전자의 심수옥 전무(49)와 이영희 전무(47)는 외국계 기업에서 영입된 케이스다. 심 전무는 P&G 마케팅 담당을 거쳐 2006년 삼성에 합류했다.

이 전무는 유니레버와 로레알 등에서 마케팅 전무가로 일하다 2007년 입사했다. 지난해 갤럭시S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한 공을 인정받아 올해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하혜승 상무와 조현주 상무,정성미 상무는 각각 HP와 글로벌 광고회사 TBWA,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출신이다.

LG그룹에선 올초 LG아트센터 대표를 맡은 윤여순 전무(56)가 최선임이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5년 마흔 나이에 LG인화원 부장으로 LG그룹에 입사했다. 2000년 LG 최초의 여성 임원으로 화제를 낳았고 지난해 그룹 최초의 여성 전무 타이틀을 달았다.

조혜성 LG화학 상무(48)는 여성 부서장이 드문 화학업계에서,그것도 연구 · 개발(R&D) 현장을 지키는 보기 드문 임원이다. 설금희 LG CNS 상무(50)는 시스템통합(SI) 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전문가로 전자 · ERP서비스부문장을 맡고 있고,이정애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장(48)은 회사 내 첫 여성 사업부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채양선 기아차 상무(43),김화자 현대차 충북판매본부장(55 · 이사),백수정 현대캐피탈 이사(40) 등이 맹활약 중이다. 채 상무는 프랑스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그룹 출신으로 마케팅사업부장으로 영입됐다. 김 이사,백 이사는 지난해 말 각각'별'을 달았다. 김 이사는 1987년 입사한 뒤 여성 최초 지점장,최초 부장 · 이사 타이틀을 달았다.

SK에선 강선희 전무(46)가 대표적인 여성 임원이다. 정유업계 첫 여성 임원이며,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2004년 입사해 2009년 전무에 올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첫 여성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기도 했다. SK에너지 경영지원 본부장 겸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박혜란 SK텔레콤 상무(47)는 브랜드전략실장을 맡아 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LG애드 출신의 광고 업계 베테랑으로 2007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47)는 오너가 출신이 아닌 첫 롯데그룹 내 여성 임원이다. 쌈지,F&F 등을 거친 패션 전문가로 GF(글로벌 패션) 사업부문 안에 설치된 디자인센터를 맡고 있다. 오인경 포스코 상무(50)도 42년 포스코 역사에서 처음 배출된 여성 임원이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포스코 글로벌리더십센터를 이끌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