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약 13조5125억원)에 인수함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글은 애플을 상대로 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화를 내세웠지만, 국내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구글-모토로라'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모토로라는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개발한 업체로 다수의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갖고 있어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특허 공세로 어려움을 겪던 구글 진영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재' 가능성이 높다. 향후 구글이 애플와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생산하는 체제를 갖출 경우 국내 3사는 또다른 '괴물'과 맞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얘기다. 애플은 iOS라는 자체 OS와 함께 1억대 이상 누적 판매한 아이폰을 제조하면서 시장을 공략해왔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제조사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구글은 당분간 안드로이드의 경쟁력을 제고해 온 삼성전자 등을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인수가 애플을 겨냥한 것인 만큼 또다른 애플의 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시장 점유율 면에서 모토로라와 경쟁하고 있는 LG전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삼성,LG,팬택은 각각 80%,95%,100%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3사 모두가 유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바다 OS를 자체 제작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현재까지 회의적이며 리눅스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특허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LG전자의 경우에도 MS의 윈도폰 OS를 안드로이드와 함께 사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략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 있다.

각사 모두 장기적으로는 복수 OS 등 다변화 전략를 꾀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R&D) 비용 또한 발생할 것이라는 게 노 연구원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이번 인수에 대해 "OS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제조하는 회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모바일 시장에 다시 각인시킨 것"이라고 평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