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ㆍ최은영 '해운 여걸'이 주도…글로벌 불황 해법 찾는다
25개 글로벌 정기 컨테이너 선사들의 협의체인 '박스클럽' 회의가 12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다. 주요 선사들의 CEO(최고경영책임자)들이 방한할 예정이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만찬을 주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한국에서 회의

14일 국토해양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최고경영자 모임(International Council of Containership Operators)은 하계 정기 모임을 다음달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기로 했다. 이 모임은 흔히 컨테이너 상자를 뜻하는 박스클럽으로 불린다. 1992년 발족했으며,한국에서 박스클럽 회의가 열리는 것은 1999년 9월 이후 두 번째다.

박스클럽은 전 세계 정기 컨테이너 선사의 유일한 협의체다. 회장사는 세계 1위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가 맡고 있다. 한국 선사로는 현대상선 한진해운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프랑스 CMA CGM,대만 에버그린,중국 코스코,일본 NYK,독일 하팍로이드 등 25개 글로벌 선사들이 매년 두 차례 열리는 회의에 CEO를 파견하고 있다.

신라호텔에서 열릴 만찬은 현대그룹과 한진해운 두 오너 경영인이 공동 주관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스클럽은 철저히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터라 회의엔 멤버로 등록돼 있는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이석희 현대상선 사장이 참석하고,사적인 자리인 만찬만 오너가 '호스트' 역할을 맡는 식이다.

◆글로벌 해운 불황 의견 교환

선사들은 이번 모임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에 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수출 시장에 먹구름이 끼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떨어지는 등 해운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적 퇴치를 위해서도 한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국제 사회가 해적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주요 선사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아덴만 해역은)유럽 기업들이 아시아에 완제품을 팔기 위한 주요 노선인 만큼 안전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해당 노선에 대한 운항 중지 등 강경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박스클럽을 계기로 아시아권 선주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독일 다국적 해운 리서치 회사인 ISL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복량 기준으로 아시아 선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8%가량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용선 시장까지 포함하면 실제 아시아권의 해운력은 전 세계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유럽이 주도하던 각종 해운 관련 정책에 대해 아시아권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선주들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모임도 한 · 일선주협회 공동으로 1992년 발족됐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일본,호주,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아시아 13개국 선주협회 회장단이 참석하고 있으며 명칭은 '십 오너스 포럼'이다. 작년까진 회원국이 12개였고.올해 인도가 참여해 13개로 늘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